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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 여성의 노동은 어떻게 경제가 되었나, 『한국전쟁과 여성의 경제』 출간(김미선, 역락)
양장점이라는 현장에서 다시 쓰는 한국 현대 경제사와 여성의 경험
출판사 제공
전쟁이 끝난 자리에는 폐허만 남지 않았다. 남성의 부재와 생계의 공백 속에서, 여성들은 일터를 만들고 삶을 이어갔다. 김미선의 『한국전쟁과 여성의 경제』는 그 장면을 ‘양장점’이라는 구체적 공간으로 끌어와 한국 현대 경제사를 다시 읽는다.
이 연구는 익숙한 통계나 성장 서사 대신, 전후 여성들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에 질문을 건다. 1950년대 이후 양장점은 여성에게 중요한 생계 수단이었지만, 그동안 노동사와 경제사에서는 주변부로 밀려나 있었다. 바느질과 재단, 미용과 수예 같은 기술이 ‘여성적’이라는 이유로 평가 절하되어 온 구조를 드러내는 지점이다.
책은 양장점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하나의 경제 형태로 자리 잡는 과정을 따라간다. 한복에서 양장으로 옷 문화가 전환되는 흐름, 도시 공간의 변화, 전후 산업 구조의 재편이 맞물리면서 양장점은 여성의 일터이자 사업장이 된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자영업자로, 또 기술자로 위치를 바꿔간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여사장’이라는 존재다. 생산과 판매를 동시에 책임지는 운영 구조 속에서 여성들은 경영 감각과 기술, 인간관계를 동시에 요구받는다. 그러나 같은 조건 속에서도 ‘경제인’으로 인정받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젠더 규범은 여성의 능력을 필요로 하면서도, 그것을 온전히 승인하지는 않았다.
이 책이 취하는 방법 역시 눈길을 끈다. 구술생애사를 중심에 두고,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경제를 읽어낸다. 숫자와 지표로 환원되지 않는 삶의 서사를 통해 ‘여성의 경제’라는 개념을 구성하려는 시도다. 실증과 서사 사이를 오가며, 보이지 않던 노동의 층위를 드러낸다.
양장점은 단순한 점포가 아니었다. 기술을 배우고 전수하는 공간이었고, 일과 가정의 경계가 유동적으로 섞이는 현장이었으며, 여성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역 공동체의 기반이기도 했다. 그렇게 형성된 ‘여성의 경제’는 산업화 과정 속에서 동원되면서도 동시에 주변으로 밀려나는 이중의 위치를 겪는다.
『한국전쟁과 여성의 경제』는 전후 사회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좌표를 제시한다. 성장과 산업 중심의 서사에서 빠져 있던 여성들의 노동을 통해, 경제의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우리가 알고 있던 한국 현대 경제사의 빈칸이 어디였는지를 조용히 짚어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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