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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는 문제 제기 『처음 읽는 브뤼노 라투르』 출간(아네르스 블록·토르벤 엘고르 옌센·브뤼노 라투르, 사월의책)

자연과 사회의 경계를 무너뜨린 사상을 입문서로 정리

장세환2026년 3월 24일 오후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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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브뤼노 라투르.jpg출판사 제공

미세먼지는 자연인가 사회인가. 기후 위기는 과학의 문제인가 정치의 문제인가. 질문이 어색하다면, 이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처음 읽는 브뤼노 라투르』는 이 불편한 지점에서 출발한다. 자연과 사회, 인간과 비인간을 나눠 사고해 온 근대적 구분 자체를 의심하는 사상가 브뤼노 라투르를 정리한 입문서다. 설명은 친절하지만, 결론은 만만하지 않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세계 이해 방식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라투르는 과학을 ‘발견’이 아니라 ‘구성’의 과정으로 본다. 실험실은 진리를 찾아내는 장소가 아니라, 수많은 장치와 기록, 협력 속에서 사실이 만들어지는 현장이다. 이 관점은 곧바로 더 큰 질문으로 확장된다. 과학과 사회가 분리되어 있다는 믿음 역시 실제보다 훨씬 나중에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다루는 핵심은 라투르의 행위자 연결망 이론이다. 인간뿐 아니라 사물과 기술, 환경까지 모두 하나의 행위자로 보고, 이들이 맺는 관계 속에서 세계가 형성된다고 본다. 미세먼지나 기후 위기 같은 문제는 이 관점에서 더 이상 자연도 사회도 아닌, 서로 얽힌 결과로 읽힌다.

라투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런 얽힘을 외면한 채 유지되어 온 근대적 질서 자체를 문제 삼는다.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는 선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구성을 요구한다.

개정증보판에는 그의 후기 작업으로 이어지는 사유의 흐름도 보강됐다. 대표 저작 『존재 양식의 탐구』로 향하는 사상적 궤적이 추가되면서, 단순한 입문서를 넘어 전체 사유를 조망하는 안내서로 확장됐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이론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 중심의 질서로는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 현실, 특히 생태 위기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다시 조직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자연을 대상이 아니라 관계로 보게 만드는 사고 전환이다.

『처음 읽는 브뤼노 라투르』는 쉽게 읽히지만, 쉽게 지나가지는 않는다. 익숙한 구분을 하나씩 의심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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