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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누구의 목소리로 말해 왔는가, 『저항하는 독자』 (주디스 페털리, 북튜브)

‘보편’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남성 중심 서사를 해부하다

장세환2026년 3월 24일 오후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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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는 독자.jpg출판사 제공

우리가 읽어 온 고전 문학은 과연 누구의 이야기였을까. 주디스 페털리의 『저항하는 독자』는 이 익숙한 질문을 불편하게 뒤흔든다. 오랫동안 ‘보편적 감정’과 ‘인간의 본질’을 담았다고 여겨진 미국 소설들을 다시 펼쳐 보이며, 그 보편이 사실은 특정한 시선, 특히 남성 중심의 경험으로 구성되어 왔음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1970년대 페미니즘 문학 비평의 흐름 속에서 등장해 독서 방식 자체를 바꿔 놓은 문제작으로 평가받는다. 『위대한 개츠비』, 『무기여 잘 있거라』 같은 정전으로 불리는 작품들을 새롭게 읽어 내며, 문학이 단순한 이야기의 재현이 아니라 독자의 감정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강력한 장치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페털리는 ‘여성 독자’의 위치를 전면에 끌어올린다. 많은 고전 작품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남성 주인공의 시선에 동일시하도록 유도된다. 그 과정에서 여성 독자는 자신의 경험과 어긋나는 감정에 공감하도록 요구받고,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과 분열을 감내하게 된다. 독서가 더 이상 중립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지점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이 책이 던지는 핵심 제안은 분명하다. 더 이상 ‘동의하는 독자’로 머물지 말고 ‘저항하는 독자’가 되라는 것이다. 텍스트가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감정과 가치에 순응하는 대신, 그 안에 숨겨진 전제와 권력 구조를 끄집어내는 읽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작품이 무엇을 말하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그리고 독자에게 어떤 위치를 강요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털리는 사랑 서사로 읽혀 온 작품들 속에서 권력의 작동 방식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낭만적 사랑이 어떻게 남성 중심 질서를 유지하는 장치로 기능하는지, 여성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대상화되고 교환되는지를 분석하며, 우리가 감동으로 받아들였던 장면들에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한국어판은 이러한 비평을 독자가 직접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한 점에서도 눈에 띈다. 워싱턴 어빙, 너새니얼 호손, 윌리엄 포크너 등의 단편을 새롭게 번역해 함께 수록함으로써, 분석과 원문을 나란히 읽는 경험을 제공한다. 비평을 ‘설명’이 아닌 ‘체험’으로 확장한 셈이다.

『저항하는 독자』는 특정 이론서를 넘어 읽기의 태도를 바꾸는 책에 가깝다. 한 번 이 책을 통과한 독자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소설을 읽기 어려워진다. 익숙했던 이야기들이 낯설어지고, 당연했던 감정들이 의심의 대상이 된다.

문학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결국 세계를 다시 읽는 일과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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