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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시 사랑하기 위한 신앙의 질문, 『하느님을 잊은 그대에게』 (파울 엠 쭐레너, 김기철 옮김, 생활성서사)

흔들리는 시대 앞에서 교회와 신앙의 자리를 다시 묻는 사유의 기록

장세환2026년 3월 20일 오후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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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잊은 그대에게.jpg출판사 제공

전쟁과 기후 위기, 난민 문제와 정보화 시대의 혼란이 겹쳐진 오늘, 신앙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느님을 잊은 그대에게』는 이 무거운 물음을 정면으로 끌어안는 책이다. 오스트리아 빈 대교구 소속 사제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사목 신학자 파울 엠 쭐레너는 이 책에서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열정이 다시 깨어나야 할 때라고 말한다. 동시에 “하느님 없이도 세상은 굴러가지 않았느냐”는 현대인의 의심 또한 피하지 않는다.

이 책은 단순한 교리 해설서가 아니다. 오히려 하느님, 세상, 교회에 대해 오랫동안 쌓여 온 질문들을 하나씩 꺼내 보이며 오늘의 현실과 연결해 읽도록 이끈다. 저자는 현대인이 종교보다 영성을 더 익숙하게 말하는 시대를 짚으면서도, 신앙이 개인 위안에만 머물 때 세상에 대한 책임 또한 함께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신앙은 두려움을 외면하는 장식이 아니라, 사랑하는 연대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의 두 번째 축은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저자는 자유와 정의, 공존과 평화를 위한 싸움이야말로 오늘의 신앙이 놓쳐서는 안 될 자리라고 본다. 특히 하느님 나라를 먼 미래의 약속으로만 남겨 두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서 서로를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삶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대목에서 이 책은 추상적인 신학을 넘어 현실의 윤리와 공동체의 문제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교회를 향한 쓴소리도 피하지 않는다. 저자는 “예수는 좋지만 교회는 싫다”는 오늘의 정서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교회가 제도 자체를 지키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본래의 사건, 곧 복음의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탈성직주의, 평신도의 역할 확대, 여성의 자리, 시노드적 교회에 대한 논의는 바로 그 연장선에서 제시된다. 몰락이 아니라 전환의 시기라는 진단은 그래서 더 날카롭다.

『하느님을 잊은 그대에게』는 정답을 단정하는 책이라기보다, 신앙을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 교회 안에 있는 독자에게는 쇄신의 필요를, 교회 밖에 있는 독자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질문의 무게를 건넨다. 세상이 휘청일수록 더 근원적인 물음을 붙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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