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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간으로 삶을 다시 배우다,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 (오하나 글 홍시야 그림, 쥬쥬베북스)

제주의 숨결을 품은 글과 그림으로 전하는 고요한 성장의 이야기

장세환2026년 3월 20일 오후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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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jpg출판사 제공

나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대개 비유로 지나간다. 그러나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는 그 바람을 끝내 현실로 끌어온다. 나무가 되고 싶던 한 사람이 정말 나무가 되어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햇살과 계절을 온몸으로 통과시키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속도를 다시 묻게 하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지쳐가는 일상과는 반대편의 시간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나무가 된 뒤 곧장 어떤 깨달음에 도달하지 않는다. 한 계절을 지나고 또 한 계절을 견디면서, 사랑과 자유, 용기와 기다림 같은 삶의 감각을 천천히 익혀 간다.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더 깊이 바라보게 되고, 말하지 않는 대신 더 오래 듣게 되는 나무의 삶이 책 전체를 조용히 이끈다.

글을 쓴 오하나는 제주에서 귤 농사를 지으며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작가다. 스스로를 농부라기보다 귤나무의 친구이자 돌보미, 학생이라 여긴다는 소개처럼, 그의 문장은 자연을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대한다. 그림을 그린 홍시야 역시 나무를 가장 느린 호흡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라 여겨온 화가다. 두 작가의 만남은 제주 비자림 훼손 위기의 시간 속에서 나무를 둘러싼 대화로 시작됐고, 그 마음이 한 권의 책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는 단지 자연 친화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책에 머물지 않는다. 나무를 아끼자는 당위보다 먼저, 나무로 살아간다는 상상을 통해 인간의 삶을 비춰 본다. 뿌리를 내린 존재만이 알 수 있는 인내, 제자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법, 스쳐 가는 것들을 붙잡지 않고 통과시키는 태도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아이에게는 상상의 문을 열어 주고, 어른에게는 잊고 지낸 감각을 천천히 흔들어 깨우는 책이다.

화려한 사건보다 잔잔한 변화가 더 오래 남는 순간이 있다.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는 그런 순간을 닮았다. 한 사람이 나무가 되어 배우는 삶의 지혜는 결국, 우리가 너무 오래 놓치고 있던 자연의 호흡과 자기 삶의 리듬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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