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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통해 읽는 인류의 시간과 과학, 『빵의 시간』 (김남순, 최낙언, 예문당)

단순한 음식 너머, 역사와 문화, 과학이 교차하는 빵의 세계

최준혁2026년 3월 20일 오후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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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시간.jpg출판사 제공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먹는 빵 한 조각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담겨 있을까. 『빵의 시간』은 밀가루와 물, 효모라는 단순한 재료에서 출발해 인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과학으로 확장되는 빵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이 책은 제빵 기술서가 아니라 교양서에 가깝다. 인류가 곡물을 갈아 먹기 시작한 시점부터 자연 발효의 발견, 중세 길드 체계, 산업혁명과 전쟁을 거치며 변화해온 빵의 역사를 짚어내며, 빵이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문화적 산물임을 보여준다. 서양에서 주식으로 자리 잡은 빵이 한국에서는 간식과 디저트로 변형된 과정 또한 흥미롭게 다뤄진다.

책의 또 다른 축은 ‘과학’이다. 제빵은 같은 재료로도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오는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반죽 속 효모와 미생물은 온도와 시간,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며, 그 변화가 빵의 질감과 풍미를 결정한다. 단순한 조리 과정을 넘어 물리와 화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장을 설명하며, 우리가 익숙하게 먹는 빵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특히 발효와 굽기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이 책의 핵심이다.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과정, 오븐에서 일어나는 열의 작용, 그리고 향과 색을 만들어내는 반응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들이 어떻게 맛으로 완성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여기에 더해 감각과 과학이 결합되는 지점도 강조한다. 수치와 이론이 구조를 만든다면, 완성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감각이라는 점이다.

『빵의 시간』은 빵을 통해 인류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역사와 문화, 과학이 한데 얽힌 이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우리가 살아온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익숙한 빵 한 조각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이 책이 건네는 질문은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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