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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던 생명의 설계도, 『동물의 숨겨진 세계』 (한호재, 한올출판사)

감각부터 생존 전략까지, 동물의 몸에 숨은 과학을 풀어내다

장세환2026년 3월 18일 오전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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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숨겨진 세계.jpg출판사 제공

우리가 동물을 바라보는 방식은 대개 단순하다. 귀엽거나, 위험하거나, 혹은 낯선 존재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생존을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몸과 행동의 세계가 자리하고 있다. 『동물의 숨겨진 세계』는 그 보이지 않던 층위를 과학의 언어로 드러낸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한호재가 집필한 이 책은 동물의 감각, 체온 조절, 순환과 호흡, 근육과 소화, 생식과 배설까지 생명 유지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풀어낸다. 단순한 동물 이야기나 생태 관찰을 넘어, 생리학적 원리와 실제 사례를 결합해 동물의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책의 출발점은 ‘감각’이다. 동물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왜 고양이의 눈은 밤에 빛나고, 곤충은 어떤 방식으로 소리를 감지하는지 같은 질문들이 이어진다. 이어 체온 조절과 순환, 호흡으로 확장되며 동물들이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어떻게 생존 전략을 구축해왔는지 보여준다. 북극곰과 낙타처럼 극단적인 환경을 견디는 사례는 생명의 적응력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특히 이 책의 강점은 ‘설명’에 있다. 복잡한 생리 구조를 전문 용어에 갇히지 않게 풀어내면서도, 과학적 깊이를 잃지 않는다. 예를 들어 문어의 파란 피나 기린의 높은 혈압 같은 사례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그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게 만든다. 동물의 몸은 단순한 기관의 집합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적화된 시스템이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지점은 인간과의 연결이다. 동물의 체온 조절이나 순환, 근육 구조를 바탕으로 한 생체 모방 기술과 의학적 응용 가능성까지 함께 제시하며, 동물 연구가 곧 인간의 삶과도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을 이해하는 일이 곧 미래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통찰이다.

『동물의 숨겨진 세계』는 단순히 동물을 더 잘 알게 만드는 책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역시 하나의 생존 전략임을 돌아보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던 생명의 질서를 이해하는 순간,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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