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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극우의 시대』 (폴 하이드먼, 신재일 옮김, 이글루)
매카시에서 트럼프까지… 공화당의 극우화와 미국 기업 정치의 균열을 추적한 정치 분석서
출판사 제공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한때 돌발 변수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극우의 시대』는 그 장면을 예외적 사건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공화당 안에서 누적되어 온 극단화와 내부 분열, 그리고 기업 정치의 재편이 빚어낸 결과로 읽어냈다.
이글루가 펴낸 이 책에서 미국 정치사 연구자 폴 하이드먼은 공화당이 어떻게 오늘의 극우 정당으로 변해 갔는지를 추적했다. 뉴트 깅그리치와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코크 형제, 티파티, 슈퍼팩,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미국 보수 정치의 주요 인물과 사건을 따라가며, 공화당의 변화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선동이나 대중 감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저자가 제시한 핵심은 세 가지다. 공화당은 점점 더 보수적인 정당으로 변했고, 내부 갈등은 더 격화됐으며,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 온 미국 기업계와도 갈수록 충돌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기업 엘리트와 정당 조직의 관계가 균열되고, 정당보다 외부 정치 네트워크와 자금 조직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과정에 주목했다.
책은 기업 단체의 분열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때 미국 정치경제 구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던 기업 조직들은 시간이 흐르며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됐고, 그 틈에서 공화당 내부의 반란 세력을 후원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동시에 미국 정당 체계도 약화됐다. 예비선거 확대와 선거자금 구조 변화, 이념적 재편은 정당을 후보 지원 중심의 ‘서비스 정당’으로 바꿔 놓았고, 이는 당의 방향을 내부에서 통제하는 힘을 약화시켰다.
이후 깅그리치가 이끈 1990년대 공화당 혁명은 중요한 분기점으로 제시됐다. 저자는 이 시기를 공화당이 보수 이념에 기초한 보다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정당으로 바뀌는 계기로 해석했다. 이어 조지 W. 부시 시기에는 ‘따뜻한 보수주의’가 한때 당의 주류와 우파를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이라크 전쟁과 금융위기, 이민 정책 갈등을 거치며 그 연합은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책의 후반부는 코크 네트워크와 티파티, 슈퍼팩의 확장을 통해 공화당이 어떻게 공식 조직보다 그림자 정치 세력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슈퍼팩이 합법화된 뒤 정당은 더 이상 자금과 의제를 독점하지 못했고, 외부 조직들이 당의 방향과 후보 경쟁을 좌우하게 됐다는 점을 중요한 변화로 짚었다.
그 끝에서 등장한 인물이 트럼프였다. 저자는 트럼프가 공화당을 장악한 것을 단순한 우연이나 개인적 카리스마의 결과로 설명하지 않았다. 지도부가 분열되고, 기존 지지 기반과도 괴리된 공화당 안에서 트럼프는 ‘개인 중심 정치’를 구축했고, 공화당 내부의 충성 체계를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결국 트럼프주의가 한 정치인의 일탈이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구조 변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극우의 시대』는 미국 정치 분석서이지만, 단지 미국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는다. 정당 약화와 자금 정치, 극우의 부상, 민주주의의 균열이라는 문제를 통해 동시대 정치 전반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미국 공화당의 역사를 추적하면서도, 지금 세계 정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함께 묻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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