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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례식에 내가 초대됐다면,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황성연 옮김, 서사원)

발신인 없는 이메일 한 통에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 인간의 가장 어두운 진실을 파고드는 이야기

한성욱2026년 3월 13일 오후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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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jpg출판사 제공

누군가 자신의 장례식에 초대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관 위에 새겨진 이름이 바로 자신의 이름이라면. 영국 범죄소설 작가 헬렌 듀런트의 장편 스릴러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가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됐다.

서사원이 펴낸 이 작품은 발신인 없는 이메일 초대장 한 통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용은 단순하다. 장례식에 와달라는 메시지 한 줄뿐이다. 누가 보냈는지, 누구의 장례식인지 아무런 정보도 없다. 호기심과 불안이 뒤섞인 채 장례식장을 찾은 주인공은 그곳에서 믿기 어려운 광경을 마주한다. 무덤에 내려갈 관 위에 새겨진 이름이 바로 자신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내 이름을 훔쳐 산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주인공이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낯선 사람들은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그를 경계한다. 평온해 보이는 장례식장은 곧 긴장감이 가득한 공간으로 변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을 가진 누군가가 왜 죽었는지, 그리고 이 자리에 자신이 초대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이야기의 무대는 외부와 단절된 대저택이다. 문이 닫히면 누구도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숨겨져 있던 사건과 비밀이 연이어 드러난다.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속이며 진실을 숨기려 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불안과 공포, 그리고 심리적 균열이 서서히 드러난다.

헬렌 듀런트는 지난 10년 동안 영국 범죄소설 분야에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온 작가다. 산업 도시와 전원이 공존하는 영국 북부 지역에서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의 분위기와 인간 심리를 촘촘하게 결합한 서사로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범죄와 심리를 결합한 스릴러 장르에서 인간이 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 드러나는 감정의 균열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작품 세계로 알려져 있다.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역시 이러한 작가의 장점이 집약된 작품이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강렬한 질문을 던지고,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의문이 이어지며 긴장을 끌어올린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충돌과 반전의 전개가 이어지면서 독자는 끝까지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게 된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공포는 단순한 범죄의 잔혹함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에 있다. 소설 속 사건은 특별한 악인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의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더욱 섬뜩한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불편한 질문을 남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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