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공간을 꾸미는 일을 넘어 삶의 환경을 다시 묻다, 『초인테리어적 사고』 (야마모토 소타로, 정문주 옮김, 픽처레스크)

도시와 건축, 인테리어의 경계가 흐려진 시대에 ‘더 지으면 안 되는 사회’를 성찰하는 공간 사유

장세환2026년 3월 12일 오전 11:46
515

초인테리어적 사고.jpg출판사 제공

우리는 오랫동안 공간을 나누어 이해해 왔다. 도시는 바깥의 문제였고, 건축은 구조의 문제였으며, 인테리어는 그 안을 꾸미는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생활의 중심으로 들어온 뒤 이런 구분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 갔다. 집 안에 앉아 다른 도시와 연결되고, 일과 휴식, 사적인 생활과 사회적 관계가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겹쳐지는 시대에 공간은 더 이상 벽과 경계만으로 설명되지 않게 됐다.

픽처레스크가 펴낸 『초인테리어적 사고』는 바로 이 변화에서 출발한 책이다. 일본의 건축가 야마모토 소타로는 도시와 건축, 인테리어로 나뉘던 기존의 틀을 넘어, 사물과 정보, 행위가 서로 얽혀 만들어 내는 새로운 환경 개념으로 ‘초인테리어’를 제시했다. 인테리어를 어떻게 예쁘게 꾸밀 것인가보다,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공간 실용서와는 결이 다르다.

저자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이제 사회는 더 짓고 더 넓히는 방식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개발과 건축 중심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이르고,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와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공간의 의미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책은 이 변화를 단순한 기술 환경의 변화로 보지 않고, 우리가 삶의 환경을 사유하는 방식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신호로 읽어 냈다.

책은 천장과 변기 뚜껑, 다다미와 발코니, 목재와 유리, 플라스틱 같은 사물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리노베이션과 향수, 공기 디자인, 법규, 인공지능과 삼차원 프린터, 태양광 패널까지 논의를 확장했다. 익숙한 사물과 공간을 둘러싼 질문을 하나씩 꺼내며, 건축과 인테리어가 단지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사회와 기술, 생활 습관, 가치관이 만나는 지점이라는 사실을 보여 줬다.

특히 “우리는 건축물에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인식은 이 책의 핵심에 가깝다. 저자는 사람이 사는 곳은 건물 자체가 아니라 그 주위에 형성된 공간과 시간, 사물과 현상이 얽힌 일종의 ‘건축의 대기권’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공간을 더 넓고 유동적인 환경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관점이자, 도시와 생활을 따로 떼어 생각해 온 기존 사고를 흔드는 제안이기도 했다.

『초인테리어적 사고』는 결국 인테리어를 장식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삶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끌어올린 책이다. 더 지을 수 없는 사회에서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고치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건축과 도시, 생활 환경을 새롭게 보고 싶은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9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2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