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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일이 곧 사유가 되는 여행, 『우리가 사랑한 도시』 (김지윤, 전은환, 북다)
피렌체부터 런던까지 8개 도시를 통해 역사와 예술, 정치와 문화를 다시 읽는 인문 여행서
출판사 제공
여행이 더는 낯선 풍경을 소비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 시대가 됐다. 많은 이들이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보다 그곳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를 더 오래 기억하게 됐다. 익숙한 명소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생기면서, 도시를 하나의 이야기로 읽으려는 관심도 함께 커졌다.
북다가 펴낸 『우리가 사랑한 도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 책이다. 여행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만나고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는 김지윤, 전은환 두 저자가 피렌체, 교토, 워싱턴, 에든버러, 암스테르담, 상하이, 파리, 런던 등 8개 도시를 따라가며 역사와 예술, 정치와 문화, 건축과 미식을 함께 풀어냈다. 유명 관광지를 훑는 안내서가 아니라 도시의 결을 읽어내는 인문 여행서에 가깝다.
책은 각 도시를 둘러싼 익숙한 이미지를 한 번 더 뒤집어 본다.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에서는 미술관과 광장 너머에 숨은 공화정의 역사와 예술의 맥락을 짚고, 교토에서는 고즈넉한 전통의 풍경 뒤에 놓인 피비린내 나는 시대의 변화를 되짚는다. 워싱턴에서는 권력의 상징을 따라가다가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앞에서 아픈 현대사를 마주하고, 에든버러에서는 왕조의 갈등과 상처가 도시의 풍경 속에 어떻게 남았는지를 살핀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탄생한 배경을 통해 자유와 상업의 관계를 읽어내고, 상하이에서는 와이탄과 푸동을 오가며 욕망과 근대화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파리에서는 바게트와 크루아상의 유래마저 도시의 역사와 연결되고, 런던에서는 철도와 표준시의 도입이 어떻게 제국의 질서와 근대의 감각을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도시를 본다는 일이 결국 그 사회가 선택해 온 시간의 층위를 읽는 일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전한 셈이다.
3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온 두 저자는 각자의 전공과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정치학과 국제 정세를 분석해 온 시선, 기업 현장과 예술에 대한 관심이 더해지면서 한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도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장소가 지금의 우리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까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읽을 만한 이유가 분명한 책이다.
『우리가 사랑한 도시』는 결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는 기억을 다시 깊게 만드는 책이고,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에게는 먼저 사유하게 하는 책으로 남는다. 도시를 걷는 일이 곧 자신을 새롭게 읽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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