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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를 움직인 것은 칼이 아니라 판단이었다, 『삼국지 책략전』 (이동연, 평단문화사)

영웅담 너머 책사들의 전략과 집단 심리로 다시 읽는 삼국지

장세환2026년 3월 11일 오전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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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책략전.jpg출판사 제공

삼국지는 오래도록 영웅과 전쟁의 이야기로 읽혀 왔다. 관우의 의리, 장비의 용맹, 조조의 야심, 제갈량의 지략 같은 장면이 먼저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판을 바꾼 힘은 늘 전장 바깥에도 있었다. 누가 싸울지, 언제 물러설지, 누구와 손잡고 누구를 버릴지 결정한 것은 결국 사람과 조직의 심리를 읽는 책략이었다.

평단문화사가 펴낸 『삼국지 책략전』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로 독자들의 관심을 모은 이동연 저자는 이번 책에서 삼국지를 인물 심리에서 한 걸음 더 넓혀 집단 심리와 전략의 관점으로 해석한다. 적벽대전, 관도대전, 형주 쟁탈전, 동탁의 등장과 몰락 같은 핵심 사건을 따라가며, 눈에 띄는 장수보다 판세를 설계한 책사들의 판단에 초점을 맞춘다.

책의 중심에는 조조, 유비, 손권이라는 세 지도자와 그 곁의 책사들이 있다. 제갈량, 방통, 순욱, 곽가, 정욱, 주유, 노숙, 육손, 사마의 같은 인물들은 무력을 앞세우기보다 상대의 심리를 흔들고 조직 내부의 균열을 파고들며 전세를 뒤집는다. 명분을 세우고, 동맹을 만들고, 배신을 유도하고, 기만과 역공작을 펼치는 과정은 삼국지를 단순한 전쟁사가 아니라 거대한 전략 드라마로 보게 만든다.

저자는 여기서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도 선명하게 짚는다. 뛰어난 무력을 지녔어도 전략적 사고가 부족하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포와 제갈각은 인상적인 사례로 제시된다. 반대로 조조, 유비, 손권은 스스로 모든 답을 내놓기보다 인재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쓰는 능력으로 살아남는다. 조직의 승패가 개인의 재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삼국지의 수많은 장면을 통해 다시 확인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고전의 사건을 오늘의 감각으로 읽어내는 방식이다. 저자는 조직 경쟁의 원리, 리더의 결단, 용인술의 차이, 내부 반대파 관리, 위기 상황의 혁신 실패 같은 문제를 오늘의 경영과 국제 정치, 패권 경쟁과도 연결한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권력의 작동 방식과 집단의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삼국지 책략전』은 영웅을 찬양하는 고전 읽기에서 한 걸음 비켜선다. 칼을 휘두르는 장수보다 판을 읽는 사람, 눈앞의 승부보다 다음 수를 먼저 보는 사람에게 주목한다. 그래서 이 책은 삼국지를 다시 읽게 하는 해설서이면서, 경쟁과 생존의 구조를 생각하게 하는 전략 입문서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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