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어둠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괴담, 『방울벌레 이야기』 (호소베 편역, 틈새의시간)
무로마치에서 에도까지, 전승 기담을 엮은 기이한 공포 읽기
출판사 제공
공포는 늘 이야기의 형식으로 살아남아 왔다. 누가 처음 보았는지 알 수 없고, 어디서 시작됐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한 번 귀에 들어온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거치며 더 오래 남는다. 잘 짜인 서사보다 설명되지 않는 현상 자체가 더 깊은 두려움을 남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울벌레 이야기』는 이런 전승 괴담의 성격을 정면으로 끌어온 책이다. 현대 작가가 새로 지어낸 창작 괴담이 아니라, 무로마치 시대부터 에도 시대까지 민간에 떠돌며 전해진 기담들을 엮었다. 이름 없는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옮기며 덧붙이고 바꿔 온 이야기들이어서, 문장보다 먼저 공기의 감각이 남는다. 누군가 길에서 본 수상한 형체, 홀로 움직이는 디딜방아, 얼굴 없는 존재처럼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장면들이 잇달아 등장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에도 시대의 괴담 놀이인 햐쿠모노가타리의 감각을 독서 방식으로 가져온다는 데 있다. 초를 켜 두고 괴담을 하나씩 마칠 때마다 불을 끄는 놀이처럼, 독자는 한 편씩 읽으며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책장을 넘기는 행위가 곧 불빛 하나를 줄이는 행위가 되고, 마지막까지 다다를수록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도 흐려진다.
수록된 이야기들은 정교한 해설보다 현상 자체를 남겨 둔다. 그래서 결말도 명쾌하지 않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 분명히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남는 것은 원망과 두려움, 억울함 같은 감정의 자취다. 천재지변과 전쟁, 질병과 죽음이 일상이던 시대에 사람들은 설명할 수 없는 불행을 이야기로 바꾸며 견뎌 냈고, 그 감정은 괴담의 형태로 살아남았다.
『방울벌레 이야기』는 공포를 소비하는 책이라기보다, 오래된 두려움의 형식을 들여다보게 하는 기록에 가깝다. 다듬어진 현대 호러와 다른 결로, 설명되지 않기에 더 오래 남는 불안을 불러낸다. 틈새의시간이 펴냈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