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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마음과 조용히 인사하는 법, 『안녕, 울적아』 (안나 워커, 다그림책)

아이의 마음에 찾아온 우울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림책

장세환2026년 3월 5일 오후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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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울적아.jpg출판사 제공

아무것도 잘 풀리지 않는 날이 있다. 좋아하는 양말이 보이지 않고, 작은 실수들이 이어지며 하루가 어딘가 어긋난 듯 흘러간다.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마음이 무겁고 주변 모든 것이 괜히 짜증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림책 『안녕, 울적아』는 바로 그런 날의 감정을 조용히 바라보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호주 작가 안나 워커가 쓰고 그린 이 작품은 ‘우울’이라는 감정을 눈에 보이는 존재로 표현한다. 주인공 곁에는 언제부턴가 ‘울적이’라는 커다란 회색 존재가 따라다닌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이 낯선 기운은 처음에는 불편하고 당황스럽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천천히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작가는 감정의 흐름을 설명하기보다 장면과 이미지로 전달한다. 말없이 곁에 서 있는 ‘울적이’의 모습은 아이의 마음속 불안과 슬픔을 상징한다. 어떤 날에는 그것이 커다란 그림자처럼 느껴지고, 또 어떤 순간에는 조금 작아지기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는 감정을 숨기거나 없애야 할 문제로 여기기보다 자신 안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 그림책의 특징은 우울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다루지 않는 데 있다. 대신 마음에도 날씨처럼 맑은 날과 흐린 날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감정을 밀어내려 할수록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이름을 붙여주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안녕, 울적아』는 어린 독자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솔직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때로는 해결책보다 이해가 먼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그림책은 담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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