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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장자리에서 건네는 조용한 경고, 『반대편 사람 주의』 신간 출 (조경란, 문학동네)

고독과 불안을 견디는 일상의 온기를 7편에 담다

장세환2026년 3월 5일 오후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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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사람 주의.jpg출판사 제공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 가까이 지낸다고 믿는 순간에도 마음은 어긋나고, 사소한 말 한마디가 균열을 만든다. 조경란의 아홉번째 소설집 『반대편 사람 주의』는 그 미세한 금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간다. 올해 등단 30주년을 맞은 작가는 2026년 봄, 더 절제된 문장으로 평범한 하루의 불안과 관계의 위태로움을 끌어올린다.

이번 소설집에는 7편이 실렸다. 2024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일러두기」와 같은 해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작 「그들」을 함께 묶어, 최근의 성취와 오래 쌓인 문장의 결을 한 권에 담았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누군가에게는 친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나가는 타인이 삶을 버티게 하는 동아줄이 된다. 다만 그 동아줄이 언제든 손에서 미끄러질 수 있다는 예감이 작품들 곳곳에 스민다.

소설 속 인물들은 삶의 한복판보다 가장자리에 서 있는 느낌으로 하루를 건넌다. 자신에게 화가 나 타인에게 전화를 걸어버린 밤을 숨기고, 부모에서 자기 자신으로 역할을 바꾸는 일을 뒤늦게 알아차리며, 감정의 결을 구분하지 못해 원망이 커지는 시간을 통과한다. 작가는 그 과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작은 동작과 짧은 침묵, 말하지 못한 문장들로 마음의 굴곡을 보여준다. “어쩌면, 서로를 이해해서 멀어질 때도 있을 거야.” 관계의 진실이 담담하게 내려앉는 대목이다.

불안은 작품의 배경이면서 동시에 사건의 방식이기도 하다. 인물들은 발밑이나 허공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파편 같은 불안을 붙잡고, 그럼에도 누군가의 온기에 기대어 다음 날을 맞는다. “불안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찾아오며”라는 문장은 이 소설집의 공기를 압축한다.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는 제목의 말은 결국, 삶의 충격을 피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 충격을 견딜 준비를 하라는 뜻에 가깝다.

조경란은 이번 소설집을 지나온 시간의 총화이자 또다른 시작으로 내놓는다. 허투루 흘려보낼 인물 없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밀한 부분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려는 태도가 문장마다 닿아 있다. 위태로움이 사라지지 않는 삶에서,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일만으로도 하루는 다시 이어진다는 사실이 조용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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