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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을 축적로 바꾸려는 한 세기의 기록,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사』(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인물과사상사)

자동차와 반도체처럼 “국가가 키운 산업”이 어떤 얼굴로 자랐는지 보여주는 통사

최준혁2026년 3월 4일 오후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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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사.jpg출판사 제공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사』는 제목처럼 “항공우주”를 다루지만, 실제로는 한국 제조업이 어떻게 전략산업을 만들고 유지했는지에 대한 거대한 사례집에 가깝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가 집대성한 752쪽 분량의 방대한 책으로, 한 세기가 넘는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궤적을 연대기 수준에서 끝내지 않고 기술 축적, 정책의 의지, 좌절과 재도전이라는 굵은 줄기로 묶어낸다.

이 책이 눈에 띄는 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 ‘운항’ 중심이 아니라 ‘제조업’ 중심으로 항공우주를 서술한다는 점이다. 항공사의 노선이나 사건만 따라가는 대신, 부품과 공정, 조립과 국산화 같은 제조의 언어로 산업을 이해하게 만든다. 둘째, 산업사를 딱딱한 보고서 톤으로 몰지 않고, “드라마처럼 읽히는 구조”를 의식해 배치했다는 점이다. 산업은 숫자와 정책으로만 굴러가지 않고, 사람의 선택과 조직의 욕망, 기술의 시행착오로 굴러간다는 걸 서술 방식 자체로 보여준다.

특히 책이 K 방산과 연결되는 접점도 크다. 항공우주가 최근 각광받는 K 방산의 형성과 발전 과정과 맞물려 있고, 무기 도입과 기술 확보의 뒷이야기까지 파고든다. 책 소개에서 언급되는 1973년 록히드의 전망 같은 “기록으로 남지 않았던 문장”을 통해, 한국 방위산업이 단순한 후발 주자가 아니라 ‘될 놈’으로 분류된 순간들이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후반으로 갈수록 책의 메시지는 과거 정리에 머물지 않는다. 항공엔진, 핵심부품 국산화, 발사체 독자 개발 같은 과제를 구체적으로 던지면서, 항공우주를 자동차·반도체·조선 이후의 다음 축으로 제시한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항공우주에서 또다시 “단절의 반복”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축적을 이어 “도약”으로 만들 것인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사』는 “한국이 왜 제조업에서 강해졌는지”를 항공우주라는 렌즈로 비춘 거울이자,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를 찍어주는 나침반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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