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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기초를 끝까지 따라가 보는 사람에게, 『퀀텀스토리(보급판)』 (짐 배것, 반니출판)

플랑크의 첫 ‘양자’에서 힉스와 초끈, 양자우주론까지 40장면으로 꿰는 양자역학 연대기

장세환2026년 3월 4일 오후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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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스토리.jpg출판사 제공

우리가 매일 만지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사실상 양자역학의 “응용품”이다. 그런데 정작 양자역학 자체는 여전히 낯설다. 너무 작아서가 아니라, 우리의 직관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퀀텀스토리(보급판)』는 그 낯섦을 “개념 설명”만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대신 1900년 이후 양자역학이 어떤 장면들을 거치며 만들어졌는지, 누가 무엇을 두고 왜 싸웠는지, 어떤 실패와 우회가 있었는지를 ‘이야기’로 배열해 읽히게 만든다.

책은 막스 플랑크가 흑체복사 문제를 풀다 ‘작용양자’를 끌어낸 순간에서 출발해,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보어의 원자모형, 드 브로이의 파동 입자 이중성,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으로 이어지는 “초기 형성기”를 시간순으로 붙잡는다. 여기까지가 1부 ‘탄생’이라면, 이후는 “의미를 둘러싼 전쟁”이다. 코펜하겐 해석, 불확정성원리,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논쟁, EPR 역설,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유명한 질문들이 왜 생겨났고 어떤 방식으로 과학자들을 몰아붙였는지가 한 줄기의 드라마처럼 이어진다.

재미있는 건, 이 책이 양자역학을 ‘기괴한 철학’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쟁 이후로 넘어가면 양자전기역학(QED) 완성, 게이지 대칭성에 기반한 양자장이론의 확장, 쿼크 모형과 힉스 메커니즘, 표준모형의 성립과 실험 검증(W·Z 발견, 힉스 확인)까지, “이상한 이론”이 어떻게 현실의 실험과 기술로 발을 딛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즉, 신비로 끝내지 않고 작동하는 세계관으로 정리해준다.

후반부는 다시 핵심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숨은 변수가 있나?”, “실재는 관측 이전에 존재하나?”, “벨의 정리와 아스페 실험은 무엇을 결정했나?” 같은 논점을 따라가며, 양자역학이 과학과 철학을 동시에 흔들어 온 이유를 정면으로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은 가장 욕심나는 구간이다. 양자중력, 초끈이론, 양자적 우주론 등 ‘통합’의 꿈이 어디까지 왔고 무엇이 막고 있는지, 아직 끝나지 않은 탐구의 최전선을 스케치한다.

이 책은 양자역학을 “쉽게 이해시키는 요약본”이라기보다, 양자역학이 왜 인류의 지성사를 바꿨는지 납득시키는 “서사형 지도”에 가깝다. 개념이 막힐 때마다 누가 어떤 문제에 걸려 넘어졌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 순간 자기 머릿속에서 양자역학의 뼈대를 직접 세우게 된다.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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