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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이름을 다시 부르다,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 (김종성, 북피움)
교과서에 남지 못한 29인의 항일 현장, 사료로 복원한 민초들의 투쟁사
출판사 제공
교과서에서 보지 못한 이름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항일은 분명했다.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는 국가로부터 공식 인정받지 못했거나 역사 서술에서 밀려난 독립운동가 29인의 삶을 사료에 근거해 복원한 기록이다. 구한말부터 해방 직후까지, 은밀하고도 치열했던 항일 현장이 한 편의 서사처럼 되살아난다.
책은 아관파천과 헤이그 밀사 파견 뒤에서 활약한 내시 강석호의 이야기로 문을 연다. 고종의 밀명을 받아 헤이그로 떠나는 이준에게 거금 10만 원을 건넨 그의 행적은 당시 언론 논설위원 수천 명의 한 달치 급여에 해당하는 액수로, 독립운동의 숨은 재정 후원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실록에는 남지 않았지만 분명한 항일의 흔적이다.
이어지는 장면들은 더욱 극적이다.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친일 매국노를 처단한 고영근, 을사오적 암살을 기획한 자신회의 거사, 능금밭 청년 29명의 강제징용 거부, 체코 군단의 무기를 500리 숲길로 운반해 청산리대첩을 도운 숨은 인연 등은 영화 같은 사건으로 펼쳐진다. 만주 벌판에서 기관총을 들었던 소녀 허성숙, 일왕 생일에 받은 과자를 창밖으로 던진 경성여고보 여학생들의 저항은 ‘지사형’ 인물 중심의 역사에서 비껴난 민중의 항거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독립운동 서술의 한계도 짚는다. 역대 정권의 보훈 정책이 외교와 계몽 중심의 인물을 부각시키는 동안, 치안유지법을 위반하며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인 이들, 소작쟁의와 노동쟁의, 강제징용·징병 거부 운동에 나섰던 민중은 독립유공자 명단에서 배제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무정부주의와 공산주의까지 포함해 독립운동을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진짜 역사’에 다가설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특히 약산 김원봉 사례를 통해, 인물의 사상만을 기준으로 독립운동의 가치를 재단하는 태도를 비판한다. 독립군 장군이 300명을 모으고 무장시키며 지휘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식민지 상황에서의 조직력과 결단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맥락을 놓치면 독립운동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는 역사서이지만 소설처럼 읽힌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는 실제로 벌어진 사건들이다. 일본 경찰 주재소를 찾아가 독립선언서를 건네고 총을 쏜 7인의 독립군, 84일간 총파업을 벌여 승리를 거둔 원산 노동자들, 해방 후 친일 세력에 맞서 다시 싸운 인물들의 삶은 오늘의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단순한 발굴 기록을 넘어, 지워진 이름을 다시 부르는 작업이다. 선비도 싸웠지만 이름 없는 민초들도 싸웠다. 이제 그들의 항일을 기억하고, 독립운동의 진짜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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