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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고 싶으니까요”,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 신간 출간 (벤 몽고메리, 수오서재)

67세에 3,500킬로미터를 걸은 여성, 폭력의 시간을 지나 숲으로 향하다

장세환2026년 3월 3일 오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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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jpg출판사 제공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최초로 완주한 여성 엠마 게이트우드의 삶을 기록한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이 출간됐다. 저널리스트 벤 몽고메리는 그녀가 남긴 일기와 편지, 유족 인터뷰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자’의 진짜 얼굴을 복원한다. 1955년, 67세의 할머니가 “산책 좀 다녀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침낭도 지도도 없이 길을 나선 이야기는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한 인간의 탈출과 재탄생의 서사로 읽힌다.

엠마는 당시 11명의 자녀와 23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였다. 30년간 이어진 남편의 폭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기도 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은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하나인 애팔래치아 트레일이었다. 하루 평균 25킬로미터를 걸어 3,500킬로미터를 146일 만에 완주했다. 허리케인과 홍수, 깊은 어둠과 야생동물, 더위와 추위가 길을 막았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여자 떠돌이”라 불렀다. 손가락질을 받고도 엠마는 계속 걸었다. 개에게 물리고, 상처가 덧나고, 부어오른 발을 이끌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비하면, 이 정도 트레일은 별거 아니더군요.”라는 말은 그녀의 삶 전체를 압축한다. 트레일은 단지 숲길이 아니라, 폭력과 침묵의 시간을 건너온 한 여성이 스스로를 되찾는 공간이었다.

완주 이후 엠마는 미국 전역의 주목을 받았다. 신문 기사와 방송이 그녀를 따라다녔지만, 정작 그녀가 원한 것은 평화와 고요였다. 왜 그 먼 길을 걷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늘 같은 대답을 남겼다. “그냥, 하고 싶으니까요.” 유명세보다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인 선택이었다.

이 책은 기록의 힘으로 한 인물을 복원한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 뒤에 가려진 긴 시간의 폭력, 돌봄, 노동, 그리고 노년의 잠재성을 드러낸다. 화려한 장비도 훈련도 없이, “한 발을 먼저 내딛고 그다음 발을 내디디면 된다. 500만 번 정도 그렇게 하면 된다”는 단순한 진실이 삶의 은유로 다가온다.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은 도전의 기록이자 자유의 기록이다. 나이와 조건을 핑계로 미루어온 마음속 길 앞에서, 이 책은 조용히 묻는다. 지금 당신이 내디딜 한 발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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