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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을 넘어 다시 길 위에 서다,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신간 출간 (이윤, 푸른향기)
두 번째 순례에 담은 어머니의 기억과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질문
출판사 제공
예순을 넘어 다시 길 위에 서다,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이윤, 푸른향기)
두 번째 순례에 담은 어머니의 기억과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질문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번 걸은 여성이 있다. 나이 예순을 넘기고 여러 질환을 안은 채 다시 배낭을 멘 ‘까칠한 할매’ 이윤의 기록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가 출간됐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어머니의 치매와 이별, 후회와 절망을 지나온 한 사람이 다시 길 위에 서서 자신과 삶을 묻는 인문적 순례기다.
저자는 10년 전 첫 순례를 떠났던 기억을 되짚으며 다시 산티아고로 향했다. 대학교수로서 은퇴를 1년여 앞둔 시점, 바람결에서라도 어머니를 느껴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첫 순례가 상실과 혼란 속에서 내몰리듯 걸었던 시간이었다면, 이번 길은 그 고통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했다.
길 위의 통증은 여전했다. 발가락과 무릎, 발목이 차례로 아파왔고, 넘어져 앞니가 빠질까 조심스러웠다. 저자는 이를 ‘몸이 보내는 존재 증명’이라 표현한다. 평생 의식하지 못했던 신체의 각 부분이 통증으로 자신을 알리는 순간, 그는 새끼발가락 하나에도 말을 건다. 고통을 밀어내는 대신 받아들이는 태도가 이 순례의 깊이를 더한다.
순례길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저자가 꼽는 장면은 의외로 소박하다. 샤워를 마친 뒤 알베르게 마당에 빨래를 널고, 고요한 마을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다. 국경을 걸어서 넘는 설렘, 낯선 마을의 종소리, 이름 모를 이들의 친절은 ‘순례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남는다. 특히 “부엔 까미노”라 외치며 순례자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향해 그는 “순례길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역시 사람”이라고 적는다.
책에는 역사와 인문학적 통찰도 스며 있다. 중세 도시의 흔적과 성당을 지나며 드러나는 저자의 시선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삶을 해석하는 사유로 확장된다. 인생을 “수없이 많은 길을 숨겨놓은 거대한 산”에 비유하며, 어느 길을 선택하든 그 끝에 가봐야 비로소 의미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순례는 결국 외부의 길이 아니라, 자신 안의 길을 더듬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는 나이 듦과 상실, 퇴직 이후의 삶을 두려움 대신 질문으로 바꾸는 기록이다. 마지막 순례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나선 길 위에서 저자는 번뜩이는 해답보다, 다시 걸을 수 있는 자신을 확인한다. 까칠하지만 솔직한 문장은 유쾌함과 깊은 울림을 동시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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