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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잔혹함을 드러낸 교실 서바이벌,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 (기나 지렌, 그래비티북스)

데스 게임을 가장한 관계를 말하다

장세환2026년 2월 27일 오후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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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jpg출판사 제공

졸업식을 앞둔 교실에서 가장 일상적인 지시가 가장 치명적인 규칙으로 바뀐다. 두 사람씩 짝을 지으라는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남는 1명은 즉시 탈락한다. 한 번 손을 잡은 상대와는 다시 짝이 될 수 없고, 특정 학생이 남으면 다른 학생 전원이 탈락하는 조건까지 더해진다. 살아남기 위해 잡은 손이, 곧 누군가를 밀어내는 선택이 되는 시간이다.

소설은 데스 게임의 외형을 빌리되 관심의 초점은 죽음이 아니라 관계에 놓여 있다. 27명으로 구성된 반은 이미 보이지 않는 서열로 나뉘어 있고, 평소에는 흐릿하게 지나가던 배제의 방식이 게임과 함께 노골적인 생존 규칙으로 번역된다. “두 사람씩 짝을 지으세요”라는 말 앞에서 늘 남던 아이가 왜 늘 남았는지, 그 장면을 둘러싼 침묵이 어떤 폭력이었는지 작품은 집요하게 묻는다.

초반에 제시되는 교실 카스트는 1군, 2군, 3군 같은 이름으로 정리되지만, 소설이 보여 주는 건 숫자가 아니라 시선의 방향이다. 인기와 평판이 안전망이던 아이는 계산의 대상이 되고, 가장자리로 밀려났던 아이는 전략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익숙했던 질서가 뒤집힐수록 아이들의 말투는 더 가벼워지는데, 그 가벼움이 오히려 잔혹함을 증폭시킨다. “유령 같은 그 애와 굳이 짝이 되려는 애는 아무도 없었다”는 문장은, 게임 이전부터 이미 시작된 탈락을 선명하게 비춘다.

이야기는 손을 잡는 행위에 의미를 겹겹이 덧칠한다. 우정은 생존의 카드가 되고, 단짝은 저주가 되며, 모임은 언제든 해체될 수 있는 임시 동맹으로 바뀐다. 누군가를 선택한다는 말은 누군가를 남긴다는 말과 같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건 악의를 선언한 가해자보다, 악의를 의식하지 못한 채 가담하는 다수의 태도다. 그래서 이 소설의 공포는 피가 아니라 표정과 침묵에서 솟는다.

기나 지렌은 교실이라는 좁은 세계를 무대로, 선택과 배신, 연대와 포기의 감정을 장면으로 각인시킨다. 감수 이상연이 덧댄 해설적 정보보다도, 인물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거리감이 더 많은 것을 설명한다. 끝내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그날 누구의 손을 잡았는가.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학생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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