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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분노의 밑바닥까지 추적하다, 『미스터리 걸작선』 (엘러리 퀸, 열림원)
노벨상과 퓰리처상, 거장들의 문장이 미스터리의 규칙을 끌어안는 순간
출판사 제공
미스터리의 재미는 범인을 맞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왜 사람은 숨기고, 어떻게 진실은 어긋나며, 끝내 어떤 감정이 사건을 움직였는지까지 따라가야 비로소 이야기가 닫힌다. 『미스터리 걸작선』은 그 지점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엘러리 퀸이 엮고, 러디어드 키플링부터 아서 밀러, 윌리엄 포크너까지 20세기 문학의 거장들이 참여한 11편의 단편이 한 권에 모였다. 장르의 규칙을 따르면서도 문학의 눈으로 인간의 밑바닥을 훑는, 말하자면 미스터리가 “재미”만으로는 버텨낼 수 없는 순간들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이 앤솔러지의 매력은 온도가 다르다는 데 있다. 「인도 마을의 황혼」은 누군가가 지나간 듯 커튼이 흔들리는 방갈로의 기척으로 공포를 키우고, 「도둑이 필요해」는 한 번의 실수로 전부를 잃을 수 있는 범죄자 부부를 무대 위에 세워 숨이 가쁜 대사를 굴린다. 「설탕 한 스푼」에서는 “진실”이 “정의”와 겹치지 않는다는 대목이 날카롭게 박히고, 「버드나무 길」은 완벽해 보였던 연기가 인간의 불안을 어디까지 몰고 가는지 보여준다. 갱스터 누아르의 속도로 몰아치는 「헤밍웨이 죽이기」, 여성의 시선으로 사건을 다시 재판하는 「여성 배심원단」, 신문 기사만으로 사건을 독해하는 독특한 ‘독서법’이 등장하는 「한낮의 대소동」까지, 한 권 안에서 미스터리의 결이 계속 바뀐다.
무엇보다 이 책은 “거장들이 쓴 추리”라는 낯선 조합을 자연스럽게 설득한다. 이들 작품은 단서를 던지고 회수하는 기술을 갖추면서도, 그 기술의 목적을 인간 쪽으로 돌린다. 범죄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대개 욕망의 모양이고, 반전 뒤에 남는 것은 인물의 얼굴이다. 그래서 각 편을 다 읽고 나면 사건보다 먼저 감정이 기억에 남는다. 두려움, 수치, 질투, 허영, 연민 같은 것들. 미스터리의 엔딩이 종종 “정답 공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질문을 남기는 형태로 수렴하는 이유다.
해제에서 던지는 문장 하나가 이 선집의 성격을 단숨에 정리한다. 삶의 근원을 파고들려는 욕망은 장르와 상관없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말. 『미스터리 걸작선』은 그 욕망을, 11개의 서로 다른 문체와 11개의 서로 다른 긴장으로 실현해 보이는 책이다. 한 편씩 읽는 동안 독자는 추리를 하고, 동시에 사람을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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