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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이 잠기는 8시간, 가족은 서로를 의심한다, 『데이지 다커』 신간 출간 (앨리스 피니, 밝은세상)

만조가 되면 고립되는 저택에서 시작되는 죽음의 릴레이 밀실 스릴러

장세환2026년 2월 26일 오후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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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다커.jpg출판사 제공

영국 콘월 인근의 섬, 만조가 되면 딱 8시간 동안 바깥과 단절되는 저택 시글라스. 다커 가족은 할머니의 생일과 유언 발표를 이유로 그곳에 모이지만, 축하보다 욕망이 먼저 고개를 든다. 유언이 공개되는 순간 균열은 폭발하고, 자정 무렵 쓰러진 할머니를 시작으로 한 시간마다 시체가 늘어난다. 전화도 닿지 않는 집 안에서 남은 건 서로의 얼굴과, 끝까지 숨겨온 비밀뿐이다.

『데이지 다커』는 “파도로 둘러싸인 저택”이라는 무대 자체를 함정으로 삼는다. 섬과 저택, 방조제와 만조라는 물리적 조건이 인물들의 선택을 조여 오고, 그 압박이 곧 서사의 엔진이 된다.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8시간 동안, 가족은 과거를 지우려 할수록 더 선명하게 끌려 나온다.

화자 데이지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안고 살아온 인물이다. 심장이 멈추는 순간을 겪어온 그의 시선은, 공포를 과장하지 않고도 방 안의 숨 막힘을 전달한다. “숨이 멎는 느낌”이라는 표현이 장식이 아니라 현실의 감각으로 박히는 이유다. 상처의 층위는 데이지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음악에 매달린 아버지, 배우의 꿈을 놓지 못한 어머니, 서로를 질시해온 자매들까지 각자의 결핍이 얽혀 저택의 공기를 바꾼다.

이 소설의 폭발점은 유언이다. 전 재산 기부와 신탁, 그리고 증손녀 트릭시에게 이어지는 ‘미래’가 선언되자 가족은 노골적으로 흔들린다. 할머니가 “이기적이고 사악한 가족 이야기”를 쓰겠다고 말하는 순간, 가족은 자신들이 이미 소설 속 인물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 뒤에 이어지는 죽음들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관계가 쌓아 올린 빚의 정산처럼 다가온다.

‘시’를 적어두는 칠판 장치는 밀실 스릴러의 규칙을 더한다. 누군가가 미리 결말을 알고 있는 듯한 기척, 한 줄이 지워질 때마다 다음의 공포가 자리를 잡는 방식, 그리고 서로를 가장 잘 아는 가족이 서로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주는 구조가 겹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추적극이면서 동시에 가족의 기억을 해부하는 기록이 된다.

앨리스 피니는 방송 기자와 뉴스 제작자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면 전환과 정보 배치를 날카롭게 운용한다. 번쩍이는 반전만이 아니라, ‘왜 이 가족이 여기까지 왔는가’를 끝까지 밀어붙이며 독자를 흔든다. 마지막까지 남는 질문은 하나다. 만조가 끝나 길이 열려도, 이 집을 빠져나갈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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