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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한 겹이 아니다, 『무엇이, 진실인가요?』(정선희, 이소노미아)

이언 매큐언부터 가즈오 이시구로까지, 영문학으로 묻는 인간의 본질

장세환2026년 2월 26일 오후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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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진실인가요.jpg출판사 제공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막상 질문을 던지면 되묻게 된다. 무엇이, 진실인가요? 정선희 작가의 『무엇이, 진실인가요?』는 이 단순하면서도 묵직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현대 영문학 작가 6인의 작품 12편을 통해 기억, 사랑, 상실, 신앙, 악의 문제를 가로지르며 인간 존재의 다층적인 면모를 짚어내는 인문 에세이다.

저자는 영문학을 “우리 시대의 신화”라 부른다. 고대의 전설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진실에 대한 갈망, 사랑의 복합성을 담아내는 현대의 신화라는 뜻이다. 이언 매큐언의 작품에서는 기억이 어떻게 자기합리화의 도구로 변하는지, 줄리언 반스의 소설에서는 “인생은 슬프지만 아름답다”는 역설이 어떻게 동시에 성립하는지 풀어낸다. 두 문장은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아름다움과 슬픔이 맞닿는 지점에서 비로소 인간의 삶이 선명해진다고 말한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인물들은 사유를 멈춘 채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 보여준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생각하지 않는 죄’는 소설 속 인물을 통해 구체적 얼굴을 얻는다. 완벽함에 대한 집착은 악의가 없어도 맹목을 낳는다. 이 책은 문학을 빌려 우리 일상의 선택을 돌아보게 한다.

마이클 온다치의 서사에서는 사랑과 집착의 경계가 사막처럼 펼쳐진다. 위험하지만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더 위험한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이 자유를 갈망하며 스스로를 잃고 또 찾는 과정이 드러난다. 클레어 키건과 맥스 포터의 작품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상실 이후에 남겨진 것들, 사소한 선의가 만들어내는 균열과 회복의 가능성이 조용히 비춰진다.

책은 기억과 존재, 남겨진 이야기, 우연과 필연, 상실과 치유, 사소한 선의, 인간의 근원이라는 6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작품 해설에 머물지 않고, 인물의 선택과 서사의 균열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건넨다. “진실된 삶을 삽시다. 문학에서 그 진실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무엇이 진실인가요?”라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다.

부록에서는 작가들의 생애와 철학적 배경을 덧붙여 이해의 폭을 넓힌다. 문학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하는 법을 가르친다고 믿는 저자의 태도는 일관되다. 소설 속 인물의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독자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무엇이, 진실인가요?』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곧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는 일임을 일깨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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