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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전구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패러데이와 맥스웰』(낸시 포브스, 배질 마혼, 반니)

에디슨 이전의 두 천재, 전자기 혁명의 설계도를 복원하다

최준혁2026년 2월 26일 오후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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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러데이와 맥스월.jpg출판사 제공

세상을 밝힌 발명가로 에디슨을 떠올리기 쉽지만, 전구 하나만으로 문명이 바뀐 건 아니다. 전기가 길을 찾고, 기술이 산업이 되려면 먼저 보이지 않는 힘의 지도를 그려야 했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은 전자기장을 실험으로 붙잡아낸 패러데이와, 그 발견을 수학의 언어로 정리해 현대 물리학의 기반으로 만든 맥스웰의 여정을 따라간다. 한 권의 전기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쓰는 전력망과 통신의 뿌리를 되짚는 과학사다.

책은 두 인물을 대비시키며 출발한다.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패러데이는 독학으로 계급의 벽을 넘어섰고, 수학이라는 한계를 실험과 측정, 상상력으로 돌파했다. 그는 남의 실험을 ‘듣고 읽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같은 실험을 반복하고 확장해, 아이디어가 손끝에서 자기 것이 될 때까지 확인했다. “직접 반복하거나 확장”해야 납득했다는 대목은, 그의 연구 태도가 단순한 근성이 아니라 방법론이었음을 보여준다.

패러데이의 시간에 그의 발견은 아직 ‘결과물’로 보이지 않았다. 모터와 발전기의 원리를 제시하고 변압기의 핵심이 되는 구조까지 보여줬지만, 그 시대의 기술과 산업은 아직 그 가능성을 받쳐 주지 못했다. 책은 이 지점을 성급한 영웅담으로 덮지 않는다. 오히려 진공 펌프의 발달, 전력 공급 시스템에 대한 투자, 교류 전력의 확산 같은 후대의 조건들이 어떻게 하나씩 맞물리며 패러데이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끌어냈는지, 과학과 산업의 시간차를 차분히 설명한다.

맥스웰은 다른 방향에서 패러데이에 다가간다. 그는 수학적 논의에 앞서 패러데이의 실험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로 결심한다. “진리는 관측된 결과 속에”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그에게 패러데이의 아이디어는 단순한 영감이 아니라, 검증된 사실을 하나의 언어로 엮어낼 재료였다. 그렇게 맥스웰의 장이론은 전기와 자기, 빛을 하나의 틀로 묶어내며 이후 물리학이 뉴턴의 세계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영역으로 나아갈 발판을 만든다.

책은 두 사람을 ‘천재 두 명’으로만 박제하지 않고, 그 뒤를 잇는 사람들과 사회적 요구까지 끌어들인다. 대서양 해저 전신 케이블 같은 국가적 기술 과제, 전기 저항의 표준을 마련해야 했던 절박한 상황, 산업 현장의 문제를 물리학이 어떻게 떠안았는지가 촘촘히 이어진다. 실험실의 아이디어가 도시의 인프라가 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지막에는 과학사의 계보를 다시 세운다. 뉴턴과 아인슈타인 사이를 잇는 다리가 패러데이와 맥스웰이라는 말은 흔하지만, 이 책은 그 문장을 실감으로 바꾼다. 아인슈타인이 “나는 맥스웰의 어깨 위에” 있었다고 말했다는 일화는, 전자기 혁명이 상대성이론과 20세기 기술의 배경이었음을 단번에 각인한다. 전기는 전구보다 먼저 ‘장’으로 태어났고, 그 장을 발견하고 번역해낸 두 사람의 결합이 오늘의 문명을 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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