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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퇴근이 늦어질수록 대화는 먼저 줄어든다. 같이 밥을 먹어도, 같은 집에 살아도, 하루는 서로의 안부를 놓치고 지나간다. 『강원도 문화유산 이야기』는 그 틈을 메우기 위해 한 아버지가 선택한 방식에서 시작된다. 거창한 계획보다 “주말에 같이 어디라도 가자”는 마음. 그리고 그 목적지가 강원도의 문화유산이었다.
저자는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딸과 나란히 서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15년 동안 강원도 곳곳을 돌아다녔다. 답사는 여행의 형식을 빌렸지만, 실은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긴 대화의 길이었다. 현장에서 들려준 설명과 딸의 반응이 쌓여, 문화유산은 박물관 진열장 속 대상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되살아난다. 대학생이 된 딸이 경복궁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안내하며 “쉽고 재미있게” 우리 문화를 풀어냈다는 일화는, 그 시간이 남긴 변화를 보여준다.
책은 강원도의 사찰과 불상, 고인돌, 전쟁 유적 등 지역을 대표하는 유산을 추려 엮었다. 도피안사, 철원 노동당사, 양구 고인돌공원처럼 장소마다 성격이 다르고 시대의 결이 다르다. 저자는 감정에 기대어 과장하지 않고, 기록과 맥락을 중심에 둔다. 건봉사 불사리의 이동과 반환, 신흥사 영산회상도의 귀환 같은 사건을 다룰 때도 분노나 애국심을 앞세우기보다,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 더 가치가 있다”는 관점으로 차분하게 짚는다.
각 장 끝에 붙은 ‘자세히 알아보기’ 코너는 답사의 숨을 고르게 만든다. 고인돌의 형식, 구산선문, 사찰 이름의 뜻처럼 현장에서 한 번쯤 생길 질문을 정리해 주는 구성이어서 학생과 학부모, 일반 독자 모두가 읽기 편하다. 사진 대부분을 필자가 직접 찍어 담았다는 점도, 이 기록이 책상 위 기획물이 아니라 실제 발걸음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결국 이 책이 건네는 핵심은 강원도의 문화유산 목록이 아니다.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공유하는 방법에 가깝다. 유산을 보러 가는 길이 대화의 길이 되고, 설명을 준비하는 과정이 서로를 이해하는 연습이 된다. 주말을 어떻게 쓸지 망설이는 가족에게, 혹은 말이 줄어든 관계를 다시 붙잡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같이 걷는 방식”을 조용히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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