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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위에서 배우는 감정의 시간, 『할머니 집엔 마음이 익어가요』 (강민주, 행복열기)
손녀와 함께 다시 배우는 열 가지 마음의 언어
출판사 제공
상담실을 찾는 부모들은 자주 같은 말을 남긴다. 아이의 마음을 모르겠다고. 울고 화내는 장면은 보이지만, 그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잡히지 않는다는 고백이다. 『할머니 집엔 마음이 익어가요』는 그 막막함을 이론으로 정리하기보다, 부엌과 거실, 밥상 위의 풍경으로 옮겨 놓는다. 심리상담사이자 할머니가 된 강민주가 손녀 채채와 보내는 일상이 출발점이다.
책은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놀람에서 시작해 부끄러움, 자부심, 호기심, 사랑, 감사로 이어지는 열 가지 감정을 따라간다. 감정은 정의로 설명되지 않는다. 포도를 반으로 자르는 손끝, 바나나 껍질을 벗기며 살짝 숨는 표정, 상추 위에 방울토마토를 얹는 놀이 같은 장면 속에서 드러난다. 아이는 먹고 만지고 빚으며 감정을 몸으로 익힌다.
저자는 이를 푸드표현예술치료라는 이름으로 묶는다. 음식 재료를 활용해 오감을 깨우고,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마음을 형태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기쁨은 달콤함으로, 분노는 부서지는 질감으로, 두려움은 말랑한 촉감으로 경험된다. 감정은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겪는 시간이라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상담가의 시선은 이론을 덧붙이되 앞세우지 않는다. 발달심리의 관점과 현장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겹친다. 울음을 다그치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이제는 “조금 천천히 마음부터 듣자”고 다짐하는 장면은 세대의 변화를 보여준다. 감정은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로 건너간다.
할머니 집에서 아이의 마음이 익어가는 동안, 어른 역시 다시 자란다. 감정을 가르치려 애쓰기보다 곁에 머무는 일. 그 느린 시간이 관계를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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