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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우리는 서로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설명이 멈춘 자리에서 관계는 끝나는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가. 안 에르보의 그림책 『왜냐하면 왜냐하면 왜냐하면』은 이유를 끝내 말하지 않는 한 존재 곁에 머무는 시간을 그린다.
이야기 속 동생은 자기 안으로 숨거나 운다. 감정은 말 대신 침묵과 몸짓으로 드러난다. 반복되는 말은 단 하나, “왜냐하면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러나 그 뒤에 오는 설명은 없다. 이 공백은 결핍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장 앞머리를 되풀이하는 리듬이 되어 페이지를 건넌다. 말이 이어지지 않는 자리에서 또 다른 언어가 태어난다.
그림에는 인물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화면을 채우는 것은 노란빛, 풀숲, 사납게 뻗은 가지, 그리고 모습을 드러냈다 감추기를 반복하는 고양이 한 마리다. 감은 눈의 고양이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위태로운 풍경과 평온한 표정이 교차하며, 이해할 수 없음과 사랑이 한 화면 안에 공존한다.
글과 그림은 서로를 설명하지 않는다. “동생은 운다”라는 문장 옆에 눈물 흘리는 인물은 없다. 대신 풍경이 감정을 대신한다. 독자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더듬듯 따라가게 된다. 고양이의 꼬리를 쫓아 실내에서 바깥으로 시선이 이동하는 동안, 관계의 결은 조금씩 드러난다.
안 에르보는 관계와 시간, 말로 붙들기 어려운 감정을 시각적 장치와 여백, 반복의 리듬으로 풀어낸다. 이유를 밝히지 않아도 사랑은 지속될 수 있다는 것. 이해하지 못해도 곁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 설명 대신 함께 있음으로 완성되는 사랑을 조용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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