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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의 신화를 깨는 33년의 데이터, 『승자의 저주』 (리처드 탈러, 알렉스 이마스, 리더스북)

실험실의 머그컵에서 금융시장 광기까지, 행동경제학의 핵심 질문을 최신 실증으로 다시 세운 전면개정판

장세환2026년 2월 25일 오전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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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jpg출판사 제공

리처드 탈러의 대표작 『승자의 저주』가 출간 33년 만에 전면개정판으로 돌아왔다. 행동경제학의 문제의식이 ‘기이한 예외’가 아니라 현실의 표준 설명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방대한 현장 데이터로 밀어붙인 판본이다. 탈러와 함께 알렉스 이마스가 공동 저자로 참여해 지난 30여 년의 연구 성과를 현재의 시장 환경에 맞춰 재배치했다. 옮긴이는 임경은, 감수는 최정규가 맡았다.

초판이 던졌던 질문은 단순하다. 사람들은 정말 합리적으로 선택하는가. 이번 개정판은 이 물음을 기세 좋게 붙잡고, 개인의 작은 거래부터 거대한 자본시장까지 사례를 확장한다. ‘사람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실수한다’는 통찰이 지금도 작동하는지, 그리고 현실에서 얼마나 큰 비용을 만드는지 각 장의 업데이트에서 검증한다. 저자들은 “이 사실은 여전히 유효할까?”라는 기준으로 오래된 논점을 다시 시험대에 올린다.

책은 협조, 부존 효과, 손실 회피, 현상 유지 편향, 전망 이론, 시간 선택, 심리적 회계, 선호 역전, 시장 효율성 등 행동경제학의 핵심 주제를 촘촘히 엮는다. 특히 실험실에서 시작된 개념이 온라인 거래의 방대한 흥정 기록, 프로 스포츠 선수 선발 과정, 투자자와 주택 소유자의 편향, 같은 자산이 다른 시장에서 어긋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현상, 군중 심리에 흔들리는 주식 열풍 등으로 이어지며 설득력을 얻는다. ‘이상 현상’으로 불리던 장면들이 반복될수록, 비합리성은 소음이 아니라 구조라는 결론이 선명해진다.

또 하나의 강점은 금융과 생활의 접점이다. 저축, 연금, 보험, 투자처럼 선택지가 늘수록 더 흔들리는 개인의 판단을, 저자들은 한쪽으로 겁주지 않고 해부한다. 손해를 피하려다 더 큰 손해를 확정하는 순간, 이미 투입한 비용을 아깝게 여겨 결정을 늦추는 습관, ‘내 돈’의 칸막이를 만들어 비슷한 돈을 다르게 쓰는 행동이 어떻게 일상을 지배하는지 차분히 보여준다. “경제는 이성이 아니라 본성의 무대다”라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승자의 저주』는 행동경제학 입문서이면서도, 동시에 시장을 읽는 훈련서에 가깝다. 기술이 발전해 거래가 빨라질수록 인간의 직관 오류도 더 빠르게 증폭된다는 경고가 책의 저류를 이룬다. 합리성의 규칙을 외우는 것보다, 내가 어떤 함정에 반복해서 빠지는지 알아차리는 일이 먼저라는 점에서 이 전면개정판은 오늘의 독자에게 더 날카로운 도구가 된다.

지금의 시장을 이해하려면, 인간이 ‘왜’ 틀리는지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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