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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균열을 건너는 이미지,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신간 출간 (나리만 스카코브, 이시은 옮김, B612북스)
꿈과 기억으로 읽는 7편의 세계
출판사 제공
20세기 영화사에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늘 ‘난해하다’는 수식과 함께 호출된다. 그러나 그 난해함은 단순한 불친절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해체하는 독자적 미학에서 비롯된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는 그 복잡한 세계를 ‘시간과 공간의 일탈’이라는 관점에서 정면으로 분석하는 연구서다.
저자 나리만 스카코브는 <이반의 어린 시절>부터 <희생>까지 7편의 장편을 따라가며 꿈, 환영, 환상, 기억, 계시, 회상, 망상이라는 모티프를 중심축으로 삼는다. 타르코프스키의 인물들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각을 오가며 단일한 시간의 질서를 거부한다. 비논리적인 컷, 흑백과 컬러의 교차, 긴 롱테이크, 불안정한 사운드트랙은 선형적 내러티브를 해체하고 관객을 시간의 균열 속으로 밀어 넣는다.
책은 각 작품을 개별적으로 분석하면서도 공통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안드레이 루블료프>에서는 역사와 신화가 교차하고, <솔라리스>에서는 억압된 기억이 물질화된다. <거울>은 개인적 회상과 역사적 기록을 병치하며, <스토커>는 폐허 속에서 계시를 모색한다. 망명 이후의 작품 <향수>는 이질감과 번역이라는 개념을 통해 공간적 전치를 사유하고, 마지막 영화 <희생>은 종말론적 상상과 제물의 서사를 결합한다.
스카코브는 타르코프스키의 저서 『시간 속의 조각』과 다수의 인터뷰, 강연을 교차 참조하며 감독의 시간론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한다. 전쟁, 동방 정교회 이콘, 러시아 시, 요한 계시록, 반인간중심주의적 과학소설, 종말론 등 다양한 사유의 층위를 영화 텍스트 안에서 읽어낸다. 단순한 작품 해설을 넘어, 타르코프스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거 40주기를 맞는 지금, 타르코프스키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감독이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는 그가 남긴 7편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안내서이자, 영화가 사유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비평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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