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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겨울이면 동네를 눈오리로 가득 채우는 아이가 있다. 아이에게 눈은 놀이이자 기쁨이고, 그 기쁨 한가운데에는 늘 할아버지가 있다. 그런데 겨울이 끝나 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더는 눈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아이에게 커다란 상실로 다가온다. 『눈오리 할비』는 그 순간에서 시작한다.
아이는 동네 구석구석을 뒤져 흙이 섞인 마지막 눈을 모은다. 삐죽삐죽하고 얼룩덜룩한 눈오리가 완성된다. 그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아이는 멈춘다. “할아버지?” 눈오리에서 그리운 얼굴을 발견하는 장면은 상실을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이야기는 눈물보다 움직임을 택한다.
눈오리 할비와 함께하는 하루는 슬픔을 눌러 담은 시간이 아니다. 아이는 썰매를 끌고, 겁내던 다리를 건너고, 눈오리 할비가 다칠까 봐 품에 안는다. 예전에는 할아버지가 해 주던 일들을 이제는 아이가 해 낸다. ‘도움받는 존재’였던 아이가 ‘사랑을 건네는 존재’로 바뀌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상실은 아이를 주저앉히지 않고, 한 뼘 자라게 만든다.
그림책은 사계절 풍경을 통해 또 다른 층위를 만든다. 눈오리는 녹아 사라지지만, 봄의 다리 아래, 여름의 물속, 일상의 장면들 속에서 할아버지를 닮은 형상이 숨어 있다. 눈이 녹아 땅으로 스며들어 꽃을 피우듯, 기억도 형태를 바꿔 남는다는 메시지를 이미지로 전한다.
이소라는 그리움을 무겁게 짓누르지 않는다. 아이가 눈오리를 통해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그 기억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눈오리 할비』는 사라짐을 인정하면서도 사랑은 남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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