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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과 웹소설로 다시 태어난 고전, 『<춘향전>의 디지털 변용과 재서사화』 (박혜성, 역락)
플랫폼 서사로 옮겨 간 춘향, 재서사화의 규칙을 분석하다
출판사 제공
고전소설 『춘향전』은 드라마와 영화, 공연을 거치며 수없이 변주돼 왔지만, 웹툰과 웹소설로 옮겨 온 뒤에는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달라졌다. 『<춘향전>의 디지털 변용과 재서사화』는 바로 그 지점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원작의 공통 서사를 먼저 정리한 뒤, 웹콘텐츠에서 어떤 요소가 강화되고 어떤 장치가 새로 생겼는지 작품 단위로 추적한다. ‘춘향 서사’가 플랫폼에서 다시 쓰이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문학사적 사건으로 다룬 연구서다.
책은 Ⅰ장과 Ⅱ장에서 『춘향전』 연구사와 대표 이본을 정리하고, ‘<춘향전>군(群)’의 공통 서사를 추출한다. 웹툰과 웹소설의 변주를 논하기 전에, 원형이 어떤 구조로 반복돼 왔는지부터 정확히 잡아두는 방식이다. 이어 Ⅲ장과 Ⅳ장에서는 웹콘텐츠 속 수용 양상을 서사적 요소와 비서사적 요소로 나눠 분석한다. 서사적 요소는 인물, 연애, 신분 문제를 중심으로 살피고, 비서사적 요소는 댓글 문화에서 드러나는 독자 반응을 주요한 단서로 삼는다.
저자 박혜성은 플랫폼 서사에서 두드러진 변화를 네 가지 축으로 정리했다. 첫째, 주도적 여주인공의 역할이 강화됐다. 둘째, 근대적 연애 개념이 도입되며 ‘안전한 로맨스’의 형식이 완성됐다. 셋째, 신분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주됐다. 넷째, 세책본 낙서에서 댓글로 이어지는 독자 반응이 작품 바깥에서 원작 지식을 공유하고 해석을 확장하는 통로가 됐다. 즉, 『춘향전』은 텍스트 자체만 바뀐 것이 아니라, 읽고 말하는 방식까지 플랫폼 문법에 맞춰 달라졌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구체 사례도 촘촘히 제시된다. 웹툰 <광한루 로맨스>, 웹소설 <사또의 여자가 되겠나이다>, <춘향환상곡>, <춘향전에서 들러리로 살아남기>, <발칙한 춘향>, <춘(春) 봄바람은 향기롭고>, 웹툰 <향단뎐> 등 다수의 작품을 대상으로 공통 서사 요소가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지 비교한다. ‘원작을 얼마나 가져왔는가’ 같은 단순한 충실도 논쟁이 아니라, 플랫폼이 요구하는 서사 장치가 고전 서사를 어떻게 재배치하는지를 읽어내려는 접근이다.
이 책의 결론은 분명하다. 『춘향전』은 하나의 고정된 텍스트가 아니라, 시대마다 다른 매체와 독자 환경 속에서 스스로 이본사를 확장해 온 서사라는 점이다. 웹툰과 웹소설은 그 확장의 최신 단계이며, 댓글 문화까지 포함한 플랫폼 환경이 고전의 생명력을 다시 증명했다는 것이다. 고전의 현대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재서사화”가 어떤 규칙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는 독자에게 실무적으로도 유용한 지도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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