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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뒤편에서 시작된 탈주, 『치나 아이언의 모험』 (가브리엘라 카베손 카마라, 움직씨)
가우초 서사를 전복한 퀴어 페미니즘 로드무비
출판사 제공
아르헨티나의 국민 서사시로 불리는 『가우초 마르틴 피에로』는 오랫동안 ‘국가의 고전’으로 읽혀 왔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뒤편에는 이름조차 일반 명사로 불린 여성들이 남아 있었다. 『치나 아이언의 모험』은 그 빈자리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인터내셔널 부커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이 소설은 고전의 중심 인물을 영웅으로 받드는 대신, 짐승 같은 남편에게서 탈출한 치나 아이언의 시선으로 팜파의 풍경과 권력의 질서를 다시 쓴다.
소설은 첫 문장부터 감각을 밀어 올린다. “그것은 눈부신 빛이었지.”라는 문장이 열어젖힌 세계에서, 가난은 “피조물들의 피부를 휑한 바람으로 서서히 할퀴”며 균열을 깊게 만든다. 치나는 반려견 에스트레야와 함께 길 위로 나서고, 영국 여성 리즈를 만나 짐마차에 오른다. 그 여정은 단순한 도주가 아니라, 자기 몸과 언어를 다시 갖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치나에게 건네진 “티tea.”라는 한 단어가 스페인어의 “아띠a ti”처럼 들리는 장면은, 타인의 언어가 낯선 위계로 다가오는 순간을 또렷하게 남긴다.
작품은 사랑의 감정도 도식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라벤더 향 시트와 리즈의 숨결, “행복한 만큼 불행”했던 밤의 감각을 겹쳐 놓으며, 해방이 곧바로 평온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치나가 머리를 바짝 깎고 옷을 바꿔 입은 뒤 “굿 보이good boy”라는 말과 함께 입맞춤을 받는 장면은 성별 규범의 선을 넘어서는 순간을 사건으로 처리하지 않고, “안 될 게 뭐람?”이라는 내면의 반문으로 밀어붙인다.
여정이 깊어질수록 소설은 팜파의 자연만이 아니라 제국의 속도와 노동, 착취의 구조를 호출한다. 철도와 공산품, 항구를 오가는 전리품의 흐름을 두고 “우리의 힘은 속도에서 나와”라고 말하는 대목은, 문명이 무엇을 먹고 커졌는지 묻는 장면으로 기능한다. “세상 모든 건 다른 무언가의 죽음으로 살아가지”라는 문장은 이 소설이 사랑과 해방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역사와 경제의 폭력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치나 아이언의 모험』은 고전의 권위를 해체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이름을 빼앗긴 존재가 스스로의 세계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여성과 퀴어의 삶을 ‘예외’가 아니라 서사의 중심으로 옮겨 놓았다. 팜파를 가로지르는 이 탈주는 과거를 다시 쓰는 방식으로 현재의 독서 습관까지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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