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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사랑을 삼킬 때, 『검은 밤의 여자들』 (세라 페카넨, 반타)
알츠하이머 엄마와 딸의 심리전, 모성의 얼굴을 뒤집는 서스펜스 스릴러
출판사 제공
해외 언론과 문학계로부터 “시작부터 끝까지 매혹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은 심리 스릴러 『검은 밤의 여자들』이 국내에 소개됐다. 영미권 대표 스릴러 작가 세라 페카넨의 신작으로, 가장 가까운 관계인 모녀 사이에 자리한 거짓말과 공포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야기는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엄마 루스와, 그 변화 속에서 설명되지 않는 균열을 감지하는 딸 캐서린으로부터 출발한다. 병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기억의 공백, 그 틈에서 흘러나오는 말과 행동은 단순한 혼란을 넘어 불안을 증폭시킨다. 엄마를 돌보는 딸의 시선과, 딸을 지키려는 엄마의 시점이 교차되며 두 인물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동시에 가장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이 작품의 긴장은 사건의 크기보다 관계의 밀도에서 발생한다. 선의로 포장된 거짓말이 반복되며 모성은 보호가 아닌 위협의 얼굴로 바뀌고, 딸의 의심은 애정과 공포 사이에서 흔들린다. 고양이와 쥐를 연상시키는 두 여성의 심리전은 과거의 살인 사건과 맞물리며 서서히 속도를 높인다. 독자는 어느 순간 질문하게 된다. 기억이 흐려질 때 진실은 사라지는 것인가, 아니면 더 또렷해지는 것인가.
세라 페카넨은 간결하고 날렵한 문체로 장면을 빠르게 전환하며, 영상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쌓아 올린다. 모녀의 대립은 단순한 스릴을 넘어 모성애와 폭력성, 유전과 책임이라는 불편한 주제를 건드린다. 특히 마지막에 이르러 드러나는 반전은 외부의 위협이 아닌, 가장 사적인 관계 안에 잠든 공포를 환기시키며 긴 여운을 남긴다.
『검은 밤의 여자들』은 복잡한 설정 없이도 관계 자체를 서스펜스로 전환시키는 작품이다. 가족이라는 안전한 울타리가 무너질 때 무엇이 남는지를 묻는 이 소설은, 심리 스릴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개인적인 지점을 정확히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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