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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전부로 여기던 마음을 내려놓는 법, 『친구라는 환상』 (간노 히토시, 오팬스북스)
일본 교사 1,000명 선택 1위, 누적 40만 부의 청소년 관계 안내서 국내 출간
출판사 제공
십 대에게 친구 관계는 삶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작은 오해 하나에도 하루가 무너지고, 단체 대화방의 침묵이 곧 고립처럼 다가온다. 『친구라는 환상』은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정말 친구는 나를 온전히 이해해야 하는 존재일까. 모두와 잘 지내야만 정상일까. 이 책이 일본에서 ‘청소년 인간관계 바이블’로 불리며 40만 부 넘게 읽힌 이유는, 그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저자 간노 히토시는 인간관계의 고통을 개인의 성격이나 노력 부족에서 찾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우리가 너무 오래 믿어온 하나의 기대를 문제 삼는다. 가까운 사이라면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 즉 ‘친구라는 환상’이다. 책에서 저자는 “아무리 가까운 존재라도 자기 이외에는 모두 타자”라고 단정한다. 상대는 나와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진 존재이며,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수록 관계는 쉽게 상처 입는다는 설명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관계를 끊어내거나 혼자가 되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갈등과 오해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인간관계의 본질에 가깝다고 본다. “반대로 인간관계에 즐거움만 있다면 애당초 이런 책을 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는 문장은, 관계의 불편함을 실패로 여기지 말라는 조언처럼 읽힌다. 친밀함을 강요하는 교실 문화 속에서, 적당한 거리와 무관심 또한 공존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차분히 짚어낸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어른과 아이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저자는 청소년의 세계를 지나치게 순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오히려 아이들을 더 고립시킨다고 지적한다. 아이들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관계에서 좌절하고, 상처를 조정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좌절 없는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친구 관계로 흔들리는 십 대에게 현실적이면서도 단단한 위로로 다가온다.
『친구라는 환상』은 관계를 잘 맺는 기술서라기보다, 관계를 너무 어렵게 만들어 온 생각들을 하나씩 내려놓게 하는 책에 가깝다. 모두와 친해지지 않아도 괜찮고,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도 무너지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는 관점은, 교실을 넘어 오늘의 인간관계 전반을 다시 보게 만든다. 친구 때문에 숨이 막히는 순간, 이 책은 조용히 말한다. 문제는 당신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 왔던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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