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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의 위기 앞에서 마르크스를 다시 읽다, 『인류세와 마르크스』 출간(사이토 고헤이, 두번째테제)

물질대사 균열에서 탈성장 코뮤니즘까지, ‘생태학적 마르크스’의 확장된 초상

장세환2026년 2월 19일 오전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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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와 마르크스.jpg출판사 제공

『인류세와 마르크스』는 전 지구적 생태 위기를 ‘시대의 배경’이 아니라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 마르크스를 다시 읽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책이다. 도쿄대학교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부교수 사이토 고헤이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지적 관계, 그리고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을 둘러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생산지상주의자로 굳어져 온 기존 이미지를 해체하며 ‘생태학적 자본주의 비판가’로서의 마르크스를 전면에 세운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환경주의와 양립 불가능하다는 통념이 왜 반복되었는지 짚으면서, 생태 위기가 심화된 오늘의 조건에서 오히려 마르크스의 사유가 더 시급해졌다고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자본주의적 생산이 어떤 방식으로 환경 저하를 낳는지 설명하는 ‘물질대사 균열’ 개념이다. 저자는 이 개념이 단순한 해석의 유행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분석틀이라고 강조한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지점은 인류세를 설명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다. 최근 논쟁에서 힘을 얻은 일원론적 관점이 근대적 이분법을 넘어서는 대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자는 “낡은 이원론을 고칠 필요”와 “일원론이 늘 더 낫다”는 결론을 구분한다. 인류세가 사회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이 뒤섞인 시대라는 진단이 곧바로 단일한 존재론으로 귀결될 수 없으며, 오히려 자본주의가 기대는 위계적 이분법을 더 정교하게 해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은 기술 낙관이나 ‘위로부터의 전환’에도 선을 긋는다. 자본의 생산력을 가속화하면서 동시에 민주적 힘으로 전환할 방법이 분명치 않으며, 거대한 닫힌 기술은 그 성격상 하향식 관리와 결합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생태 위기와 경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관료적 독점으로 흘러갈 위험을 경고하는 대목이다.

그런 문제의식은 결국 ‘탈성장 코뮤니즘’이라는 대안으로 향한다. 저자는 1870년대 마르크스가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공평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사유하며, 서구가 더 우수하다는 전제를 생태학을 근거로 수정해 나갔다고 본다. 코뮤니즘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서구가 오히려 고대 공동체의 유효한 요소를 되살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 전환이 ‘역사 발전의 단선적 도식’ 자체를 흔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해석이다.

『인류세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끝내는 상상력을 ‘성장’의 연장선이 아니라, 파괴를 멈추고 삶의 조건을 다시 짜는 방향에서 찾는다. 무엇을 더 많이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덜 만들고 무엇을 더 돌볼 것인가를 묻는 책이다. 생태 위기 앞에서 마르크스를 읽는 일이 오래된 이념 논쟁이 아니라, 오늘의 생존 조건을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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