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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이후를 견디는 기술을 묻다, 『셰익스피어와 프로이트』 출간(스티븐 그린블랫·애덤 필립스, 에이도스)

문학과 정신분석이 함께 파헤친 ‘두 번째 기회’의 조건

한성욱2026년 2월 19일 오전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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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프로이드.jpg출판사 제공

사람은 대개 일이 끝난 뒤에야 깨닫는다.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는 사실을. 『셰익스피어와 프로이트』는 그 뒤에 남는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돌이킬 수 없는 상실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며, 어떤 순간에는 다시 시작할 틈이 생긴다. 스티븐 그린블랫과 애덤 필립스는 그 틈을 ‘두 번째 기회’라고 부르고, 문학과 정신분석이 그 개념을 어떻게 길어 올려 왔는지 추적한다.

그린블랫은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서 무너짐과 회복이 반복되는 장면을 읽어낸다. 희극이 보여 주는 되돌아옴의 쾌감, 비극이 드러내는 돌이킬 수 없음의 공포가 한 인간의 삶을 닮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 번의 판단이 관계를 끊고, 한 번의 오해가 삶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순간들이 무대 위에서 과장되지만, 그 과장은 오히려 현실의 감정을 정확히 비춘다.

필립스는 프로이트, 프루스트, 위니코트를 오가며 ‘반복’과 ‘원한’과 ‘환상’이 사람을 어디에 묶어 두는지 설명한다. 고통을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고통을 다른 언어로 다시 말하게 만드는 과정이 사람을 살린다는 관점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어떤 상처는 사라지지 않지만, 그 상처를 둘러싼 삶의 배열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두 저자가 합류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두 번째 기회는 낙관의 구호가 아니라, 무너진 뒤에도 버티는 방식에 관한 질문이다. 빠른 반전이나 감동적인 결말보다, 실패를 직시하는 태도와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을 견디는 힘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시선이 기운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은 위로처럼 부드럽기보다, 현실을 만지듯 단단하다.

『셰익스피어와 프로이트』는 셰익스피어 연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진 그린블랫의 해석과, ‘정신분석의 시인’으로 불리는 필립스의 산문이 맞물리며 읽는 사람의 경험을 흔든다. 상실과 몰락을 통과한 이후에도 삶이 다시 움직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지, 책은 그 질문을 쉽게 결론내리지 않은 채 끝까지 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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