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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영화관』 신간 출간 (시미즈 하루키, 임희선 옮김, 하빌리스)

사람의 삶은 한 편의 영화로 남는다

한성욱2026년 2월 13일 오후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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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영화관.jpg출판사 제공

죽음 이후, 자신의 인생을 스크린으로 마주한다면 어떤 장면이 남을까. 노을빛 하늘 아래 자리한 ‘천국 영화관’은 허구가 아닌 한 사람의 삶을 상영하는 극장이다. 기억을 잃은 채 천국에 도착한 20대 청년 오노다는 이곳에서 스태프로 일하며, 죽은 이들의 인생이 담긴 필름을 준비한다.

이곳의 규칙은 단순하다. 천국에 머무는 이들에게는 언젠가 자신의 인생을 담은 필름이 도착한다. 상영이 끝나면 주인공은 천국 너머의 세계로 떠난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영화로 상영된다”는 설명 앞에서 오노다는 얼떨떨하지만, 상영을 거듭하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진다.

여든을 넘긴 할머니의 다정한 부부 생활, 무미건조한 일상을 견뎌온 직장인, 후회 속에서 헤매는 중년의 여성, 병약했던 소년의 짧지만 또렷한 시간. 상영관 스크린에는 죽음까지의 일상과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이 비친다. 당사자는 대개 “제 인생을 영화로 만든 거면 재미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하지만, 지배인 아키야마는 단언한다. “어느 분의 인생이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라고.

사람은 스스로의 삶을 박하게 평가하기 쉽다. 그러나 객석에 앉아 자신의 시간을 관객의 눈으로 바라보는 순간, 사소하다고 여겼던 장면이 전혀 다른 빛을 띤다. 왜곡된 기억과 자책으로 가려졌던 장면들이 다시 연결되고, 사랑했던 순간과 사랑받았던 흔적이 또렷해진다.

다섯 편의 상영이 이어진 뒤, 마침내 오노다의 이름이 적힌 필름이 도착한다. “내 인생에도 누군가의 마음에 남을 만한 명장면이 있었을까?”라는 물음은 독자에게도 그대로 건네진다. 인생도 영화도 “마지막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이야기라면, 지금 이 장면 또한 언젠가 한 편의 클라이맥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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