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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이름을 복원하다, 『이화림 회고록』 (이화림 지음, 박경철·이선경 옮김, 마르코폴로)
역사의 그늘에 선 여성 독립운동가의 증언
출판사 제공
오랫동안 독립운동 서사는 몇몇 이름을 중심으로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상하이와 타이항산, 옌안과 동베이를 거쳐 격동의 시대를 건넌 여성 혁명가의 삶은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이화림 회고록』은 조선의용군이자 한인애국단 일원으로 활동한 이화림의 생애를 복원한 기록이다. 박제된 영웅담이 아닌, 현장의 숨결과 선택의 순간을 담은 증언록이다.
이화림은 1919년 3·1운동에 참여한 뒤 지하 인쇄 활동을 도우며 항일운동에 발을 들였다. 1930년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했고, 한인애국단에 가입해 이봉창, 윤봉길 등과 함께 움직였다. 홍커우 공원 의거 당시에는 현장 답사와 연락 임무를 맡아 삼엄한 감시망을 오갔다. 회고록은 거사를 준비하던 긴박한 분위기와 동지들의 결의를 구체적으로 전한다.
이후 그는 조선의용대와 조선의용군에서 활동하며 태항산 일대를 누볐다. 옌안에서는 의학을 공부해 전우들의 상처를 돌봤고, 일본군과의 전투 현장도 기록으로 남겼다. 총을 들고 싸운 전사이자 의료 지원에 나선 실천가로서의 이력은 독립운동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여성 독립운동가가 겪어야 했던 조직 내 역할, 전선의 위험, 해방 이후의 선택까지 서술은 거침이 없다.
해방 뒤 분단의 현실은 또 다른 시험이었다. 중국과 한반도를 오가며 의료와 공직 활동에 참여했으나, 한국전쟁기 북한군 의료 지원 경력은 훗날 서훈의 장애 요인이 되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반동분자로 낙인 찍혀 10년의 고초를 겪었다. 생의 말년에는 중국 다롄에서 지내며 모든 재산을 조선족 사회에 기부했다.
목차는 3·1운동부터 홍커우 공원 사건, 조선의용군 활동, 해방과 전쟁, 문화대혁명까지를 연대기적으로 배열한다. 개인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독립운동사의 공백과 균열이 드러난다. 『이화림 회고록』은 한 인물의 회상이자, 여성 독립운동사를 복원하는 1차 자료다. 그의 이름을 역사 속에 다시 세우는 일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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