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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산골의 삶을 화롯가 기억으로 불러내다, 『화롯가에 피어난 산골 이야기』 신간 출간(미정외, 현자)

은퇴 후 유년의 산골을 기록한 회고록으로 농촌 생활사와 가족의 정을 담다

장세환2026년 2월 12일 오후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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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롯가에 피어난 산골 이야기.jpg출판사 제공

도시의 시간표에서 벗어난 뒤에야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미정외의 신간 『화롯가에 피어난 산골 이야기』는 그런 순간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직장을 은퇴한 뒤 삶의 속도가 느려지자,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지냈던 산골의 풍경을 하나씩 꺼내 기록했다. 화롯가를 중심으로 오가던 이야기, 겨울 산에서의 노동, 마을에 스며 있던 믿음과 관습이 책의 골격을 이룬다.

책에 담긴 에피소드는 개인의 추억을 넘어 당시 농촌 사회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성황당과 관련된 전설, 나무를 하러 다니던 겨울의 기억, 좁쌀밥과 김치로 이어지던 끼니, 송아지가 태어나던 날의 풍경은 한 가족의 일상이자 한 시대의 기록이다. 저자는 특별한 설명을 덧붙이기보다, 그때의 장면을 있는 그대로 풀어내며 독자를 산골의 시간으로 데려간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늘 할아버지가 있다. 손주를 데리고 산과 들을 오가며 노동을 가르치고, 때로는 매정하게 느껴질 만큼 엄격했던 존재다. 그 태도는 가난과 추위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삶의 방식이기도 했다. 저자의 회고는 원망과 애정이 뒤섞인 시선을 유지하며,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어떻게 버텨왔는지를 보여준다.

책에는 ‘등거지’, ‘싹다리’, ‘성황당’처럼 지금은 낯선 말과 풍습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사라져가는 농촌 문화와 민속적 신앙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드러내는 단서다. 연쇄점 이야기나 석유와 두부에 얽힌 기억 또한 근대화의 틈으로 스며든 변화의 흔적을 담고 있다.

후반부에 배치된 짧은 회상 문장들은 이 책의 성격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화롯가에서 들었던 옛이야기가 떠올랐다”는 고백처럼, 『화롯가에 피어난 산골 이야기』는 화려한 문장 대신 기억의 온도로 독자를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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