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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나누는 오래된 규칙에 균열을 내다, 『이것과 저것』 신간 출간(아리아나 파피니, 분홍고래)
먹고 먹히는 질서 속 두 아이의 만남을 그린 철학적 그림책
출판사 제공
세상은 오랫동안 둘로 나뉜 채 굴러왔다. 강자와 약자, 다수와 소수, 중심과 주변. 이유를 묻기보다 관습을 따르는 편이 편했다. 어린이 책에서도 그 구도는 낯설지 않다. 선과 악, 포식자와 피식자, 이기는 쪽과 지는 쪽이 또렷이 갈린다.
아리아나 파피니의 신작 『이것과 저것』은 그 단순한 나눔에서 출발한다. 태초부터 ‘이것들’은 ‘저것들’을 먹고, ‘저것들’은 먹히며 살아왔다.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고, 그것이 규칙이자 전통으로 굳어졌다. 세계는 그렇게 유지됐다.
이야기의 균열은 두 아이의 만남에서 생긴다. ‘이것들’의 아이와 ‘저것들’의 아이가 서로를 마주한다. 두려움도, 적의도 없다. 배고픔 대신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그 선택 하나가 오래된 질서를 조용히 흔들기 시작한다.
파피니는 짧고 직관적인 문장과 단순한 구도로 화면을 구성한다. 인물의 위치는 분명히 갈려 있지만, 색감과 표정은 고정된 역할을 미묘하게 비튼다. 먹는 쪽과 먹히는 쪽이라는 구분은 자연스러운 듯 보이지만, 동시에 낯설게 읽힌다.
책은 노골적인 설명 대신 장면을 남긴다. “이것들은 저것을 먹었고, 저것들은 이것들에게 먹혔다. 늘 그래 왔고, 아무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 문장은 오래된 관습이 어떻게 질문 없이 반복돼 왔는지를 드러낸다. 이어 두 아이가 나란히 앉는 장면은 다른 가능성을 조용히 제시한다.
『이것과 저것』은 거창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다. 다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역할처럼 여겨온 구도가 정말 움직일 수 없는 것인지 묻는다. 교실에서, 가정에서, 공동체 안에서 이 책이 다시 읽힐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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