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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균열을 드러내는 명화의 장면들, 『위험한 그림들』 신간 출간(이원율, 교보문고)
그림 속 주변부 인물과 배경을 통해 역사적 순간을 복원한 미술 서사
출판사 제공
미술관에 걸린 명화는 대체로 안전한 위치에 놓인다. 액자와 설명문은 장면을 정리하고, 감상은 개인의 취향으로 남는다. 그러나 어떤 그림들은 그 질서에서 벗어난다. 권력이 흔들리던 순간, 집단의 광기, 개인이 극단의 선택 앞에 섰던 장면이 화면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원율 기자의 신간 《위험한 그림들》은 바로 그런 그림들을 불러낸다. 오랫동안 ‘후암동 미술관’을 통해 미술과 역사를 엮어온 그는 이번 책에서 명화를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역사적 장면으로 다룬다. 화폭의 중심 인물보다 가장자리에 밀려난 인물들, 배경의 날씨와 공간,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소품을 단서로 삼아 한 장면이 놓인 시대의 맥락을 따라간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는 가장 초라한 차림의 인물이 시선을 붙잡고, 폴 들라로슈의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에서는 사형수보다 도낏자루를 쥔 손의 방향이 먼저 읽힌다. 에마누엘 로이체의 〈델라웨어강을 건너는 조지 워싱턴〉에서는 군복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병사들의 모습이 독립전쟁의 현실을 드러낸다.
책은 선사시대 동굴벽화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학살 장면까지, 역사적 전환점이 된 장면 30가지를 따라간다. 로마 대화재를 둘러싼 네로 황제의 책임 논란, 왕위 계승 과정에서 희생된 제인 그레이의 비극, 임진왜란에 등장한 이방 용병의 행적, 마녀사냥과 노예제 뒤에 자리한 집단 심리도 그림을 통해 재구성된다.
이원율 기자는 기록이 남기지 못한 공기와 감정의 밀도를 그림에서 끌어낸다. 문헌의 문장 대신 시선과 몸짓, 배경의 단서를 따라가며 역사의 장면을 현재형으로 복원한다. 익숙한 사건이 낯설게 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 지점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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