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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시각을 넘어 상상력의 주권을 묻다, 『제3의 신화학』 (정재서, 창비)
오리엔탈리즘과 시노센트리즘이라는 이중의 구조를 비판
출판사 제공
서구와 중국이라는 두 거대한 신화학의 패권을 넘어설 길은 있는가. 그리스신화를 표준으로 삼아 타 문화를 재단해온 서구 중심주의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변을 배제해온 중화주의를 동시에 넘어서는 시도가 40년 연구의 결실로 제시됐다.
정재서 교수의 『제3의 신화학』은 동아시아 신화를 ‘중국 대 주변’이라는 구도로 보지 않는다. 오리엔탈리즘과 시노센트리즘이라는 이중의 구조를 비판하며, 동아시아를 범동아시아적 공유의 장으로 재설정한다. 1985년 『산해경』 역주 이후 축적해온 문제의식은 여기서 하나의 체계로 입론된다. 질문은 단순하다. 전지구화 시대, 상상력은 과연 자유로운가.
서구 신화학은 그리스신화를 기준으로 중국신화를 해석하며 창세신화 부재론, 체계신화 부재론 등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응해 근대 중국 신화학은 자국 신화를 재구성했지만, 그 과정에서 황하문명 중심의 서사가 동아시아 주변 문화를 다시 주변화했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주변부 학자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제3의 신화학은 바로 이 주변의 시각에서 출발한다.
책은 전반부에서 기존 신화학의 구조적 한계를 비판하고, 후반부에서 비교학적·상호텍스트적 방법을 통해 이를 실증한다. 중국과 서구 창세신화를 나란히 읽으며 지배적 담론을 해체하고, 『산해경』을 새롭게 독해해 고대 중국문화의 다원적 성격을 드러낸다. 나아가 평창동계올림픽 인면조, 「겨울왕국 2」,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현대 문화 사례를 통해 고대 상상력이 오늘의 콘텐츠 산업과 어떻게 맞닿는지 분석한다.
상상력이 곧 문화 자산이 되는 시대, 신화 해석의 기준을 타자의 눈에 맡길 수 없다는 문제의식은 더욱 선명해진다. 『제3의 신화학』은 동아시아 신화를 힘의 논리에서 해방시키려는 지적 실천이자, 보편성과 지역성을 함께 사유하려는 방법론적 제안이다. 강자의 서사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신화 읽기가 여기서 새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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