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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대신 여백을 남기는 용기”, 『모르는 채로 두기』 (김겨울, 세미콜론)

사진과 글로 순간을 붙잡되 소유하지 않는 태도

장세환2026년 2월 2일 오후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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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채로 두기.jpg출판사 제공

무언가를 알게 되면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우리는 장면을 설명하고, 감정을 규정하고, 결론을 서둘러 붙인다. 사진과 글로 독서를 넓혀온 김겨울은 첫 사진책 『모르는 채로 두기』에서 그 반대편에 선다. 알 수 없음까지 껴안는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자는 제안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김겨울에게 카메라는 책만큼 가까운 도구다. 이동하는 길 위에서 오래 간직하고 싶은 순간을 만나면 셔터를 눌렀고, 그렇게 쌓인 시간은 사진책 한 권으로 응결됐다. 책에는 90여 장의 사진과 15편의 글이 함께 묶여 있다. 짧은 문장들은 사진을 설명하려 들지 않고, 사진은 글을 증명하려 들지 않는다. 서로를 밀어주면서도 끝까지 닿지 않는 간격이 독자의 호흡을 천천히 늦춘다.

프레임 안에 담긴 것은 우연히 마주친 타인의 순간들이다. 말이 붙기 전의 얼굴, 등을 보인 채 지나가는 사람, 빛이 휘어지는 골목, 기다림이 남아 있는 자리 같은 것들이 고요하게 놓인다. 작가는 “아무것도 없는 곳은 없다”라고 쓰며, 비어 보이는 풍경에서 오히려 존재의 밀도를 읽어낸다. 그래서 사진은 사건을 과시하지 않고, 흔적을 조용히 드러낸다.

이 책의 핵심은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대한 사유다. 순간을 가둘 수 있다는 승리 선언을 경계하면서도, 그럼에도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는 마음을 정직하게 기록한다. “사진은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모순을 유지하는 일”이라는 문장은, 이 책이 왜 쉽게 결론에 닿지 않으려 하는지 또렷하게 보여준다.

『모르는 채로 두기』는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의 속도에 맞서, 느리게 보고 오래 머무는 독서를 권한다. 페이지를 덮고 나면 남는 것은 해답이 아니라 상태다. 아직 모르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삶을 조금 더 견디게 한다는 감각 같은 것처럼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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