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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아도 된다, 『날아라 거북이』 (코리 도어펠드, 북뱅크)
처음의 파도 앞에서 멈춰 선 마음에게, 용기는 딱 한 걸음으로 시작된다고 말하는 그림책
출판사 제공
알에서 막 나온 아기 거북이 넬리는 바다로 가고 싶다. 하지만 눈앞의 파도는 너무 크고, 길은 너무 길다. 몸을 움츠리고, 숨고, 도망치고, 다시 멈춰 서는 그 짧은 반복 속에서 넬리는 ‘두려움이 없어져야 움직일 수 있다’는 오해를 조금씩 벗겨낸다. 코리 도어펠드의 그림책 『날아라 거북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이 책이 특별한 건 용기를 ‘대담함’으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넬리는 처음부터 씩씩하지 않다. 파도를 피하려고 있는 힘껏 달아나고, 잠깐 안전해 보이는 곳에 닿아도 더 외로워지고 더 움츠러든다. 그 과정이 솔직해서, 낯선 환경에 놓이거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야 하는 아이들의 하루와 자연스럽게 겹친다. 두근거림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오는 ‘처음’의 순간, 아이들은 대개 넬리처럼 멈춘다.
이야기는 강요나 훈계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괜찮아, 해 봐”라고 다그치지 않고, 넬리 스스로가 결정하는 시간을 충분히 둔다. 결국 넬리가 움직이게 만드는 건 바깥의 재촉이 아니라 안에서 차오르는 감정이다. 무섭지만, 다른 거북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 외롭지만,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그러니까 이 책이 말하는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도 선택하는 힘’에 가깝다.
문장도 단순하지만 감정의 결을 놓치지 않는다. “길은 너무나 길었어” 같은 짧은 문장은 아이의 호흡으로 읽히고, 파도를 피해 달아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급해지는 속도감이 생긴다. 끝내 넬리가 “움츠러들고 싶은 마음을 이기는 크고 강한 무언가”를 느끼는 순간, 독자는 ‘나도 저런 적 있었지’ 하는 기억을 꺼내 들게 된다. 아이에게는 자기 마음을 설명해 주는 문장이 되고, 어른에게는 아이의 속도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림 역시 위로를 밀어붙이지 않는다.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감과 친근한 만화풍 그림은 긴장을 낮추면서도, 파도 앞에서 작아지는 넬리의 크기와 거리감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덕분에 무서움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무서운 건 여전히 무섭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가 책 전체를 지탱한다.
『날아라 거북이』는 새로운 시작 앞에서 주저하는 아이에게 “겁이 나도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그림책이다. 그리고 그 말은 종종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필요하다. 아이가 멈춰 서는 순간을 실패로 보지 않고, 스스로 한 걸음을 고를 때까지 기다리는 일. 그 기다림 끝에서 아이는 자기 속도로 바다를 만난다. 파도는 여전히 크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넬리의 선택이 조용히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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