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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떠받친 ‘평범함’의 발명, 『샐러리맨의 탄생』(다니하라 쓰카사, 이은주 옮김, 소명출판)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그 사람들은 언제부터 ‘당연한 인간형’이 됐을까, 그리고 누가 그 이미지를 만들었을까

장세환2026년 1월 29일 오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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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의 탄생.jpg출판사 제공

『샐러리맨의 탄생』은 일본 근현대 사회에서 ‘샐러리맨’이 단순한 직업명이 아니라, 하나의 규범적 인간형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미디어사’라는 렌즈로 추적한 책이다. 핵심은 이거다. 샐러리맨은 자연발생적 존재가 아니라, 대중매체가 반복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한 이미지, 곧 ‘발명된’ 주체라는 것. 전전과 전후 일본을 이해하는 키로 “샐러리맨이라는 통념”을 꺼내 들며, 그 통념이 어떻게 대중화되고, 또 어떻게 차별화되었는지를 한 번에 훑는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샐러리맨을 샐러리맨이 바라보는” 구조 자체다. 샐러리맨을 묘사하고 규정하는 콘텐츠의 상당 부분이 같은 직원층, 같은 조직 사회 내부에서 만들어졌고, 그 결과 샐러리맨은 스스로의 거울을 미디어 속에서 계속 확인하며 자기 규율을 내면화해 왔다. 전전기의 ‘직원층’을 지식인, 소비자, 보잘것없는 봉급생활자라는 여러 얼굴로 분석하는 출발점부터가 그걸 보여 준다.

전후로 넘어가면, 샐러리맨 이미지는 본격적으로 대중문화의 주연이 된다. 특히 1950년대와 1960년대의 도호 샐러리맨 영화들을 통해 ‘출세주의’와 ‘가족주의’, 그리고 ‘능력주의’ 같은 가치들이 어떻게 이야기의 공식으로 굳어졌는지 분석한다. 이 시기 샐러리맨은 “조직에 충성하며 성장하고, 가정을 부양하는 가장”이라는 그림으로 표준화되고, 그 표준이 전후 일본의 안정과 성장의 상징처럼 소비된다.

1980년대 이후에는 분위기가 또 바뀐다. 잡지와 비즈니스 미디어가 세분화되면서, 샐러리맨 담론은 교양에서 처세술, 직장 내 인간관계, 급여 같은 즉물적 주제로 급격히 이동한다. ‘빅 투모로’와 ‘프레지던트’ 같은 매체를 중심으로, 출세의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수양주의, 심리주의와 결합해 개인에게 “자기관리”라는 형태로 내려앉는지 살핀다. 여기서 샐러리맨은 더 이상 사회의 중심을 상징하는 영웅이 아니라, 경쟁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조정해야 하는 존재로 재규정된다.

후반부는 대중 서사 속 샐러리맨의 얼굴을 비교하는 대목이 재밌다. 『과장 시마 고사쿠』가 ‘샐러리맨의 시대’를 대표하는 리얼리티를 가진 캐릭터라면, 〈한자와 나오키〉는 현실의 직장인처럼 보이면서도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압도적인 차별화”의 히어로로 그려진다. 이 대비를 통해 저자는 전후 샐러리맨물이 도달한 어떤 임계점, 즉 “대중화와 차별화”의 논리가 교차하며 더는 예전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점을 짚어낸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일본만의 것이 아니다. ‘평범한 다수’가 사회를 지탱하는 방식, 그 평범함이 어떻게 미디어를 통해 규격화되고, 정치적 침묵과 조직 순응 같은 생활양식과 결합되는지, 그리고 그 규범이 불안정 고용의 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는지 묻는다. 샐러리맨을 영웅이나 피해자가 아니라, 근대 일본을 구성한 핵심 주체로 놓고 읽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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