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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거짓말로 오늘을 넘기는 사람들, 『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리드비)
지치고 까칠해진 하루를 견디는 데 필요한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딱 하루치 숨구멍일지 모른다
출판사 제공
회사에서, 집에서, 사람 사이에서 자꾸만 마음이 닳아 가는 날들이 있다. 어제와 같은 표정을 하고 출근했는데, 속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버린 것 같은 날들이다. 『거짓말 컨시어지』는 그런 시간을 사는 사람들의 현실 온도를 정교하게 붙잡은 단편집이다. 작가 쓰무라 기쿠코는 사소한 스트레스와 귀찮은 인간관계를 정면으로 바라보되,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게끔 유머와 거리 두기를 함께 건넨다. 번역은 이정민이 맡았다.
이 책에는 모두 11편의 단편이 실렸다. 표제작에서는 졸지에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게 된 회사원 화자가 등장하고, 그 거짓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이를 돕다 함께 휘말리는 이들의 소동이 이어진다. 이어지는 이야기들에서는 독특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동료, 살림과 일을 동시에 떠안은 채 매일 어떤 장소로 향하는 사람, 단체 사진마다 어쩐지 끼어드는 정체불명의 여자, 퇴직을 앞둔 상사의 마지막 부탁을 떠맡고 고민하는 후배의 하루가 차례로 펼쳐진다.
작품들이 다루는 사건은 대개 크지 않다. 그러나 그 작고 애매한 순간이야말로 현실을 가장 오래 흔든다. 몸은 회사에 있는데 마음은 이미 퇴근한 사람, 말을 아끼느라 더 지쳐 버린 사람, 친절을 유지하느라 자신을 잃는 사람 같은 얼굴들이 이 책의 장면 속에서 자주 스친다. 한 인물이 말하듯 “내면은 너덜너덜하지만” 겉은 능숙해 보이도록 버티는 기술이, 이 단편집의 곳곳을 떠받친다.
특히 표제작은 거짓말을 단순한 기만이 아니라 생존 기술로 비춘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는 비결”을 조목조목 정리하는 대목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들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더 단단히 통제해야 하는 노동의 결을 드러낸다. 여기서 거짓말은 남을 해치는 칼보다, 오늘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임시 다리처럼 기능한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혹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잠깐 건네는 말 한마디가 어떤 하루를 바꾸는지 책은 현실적으로 보여 준다.
작가 쓰무라 기쿠코는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로 널리 알려졌고, 일상 속 마음의 미세한 파문을 포착하는 능력으로 꾸준한 지지를 받아 왔다. 이 단편집에서도 그는 불행을 과장하지 않고, 행복을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는다. 대신 “오늘만 버티면 된다”는 감각에 가까운 문장들을 쌓아 올리며, 독자가 자기 하루를 다시 잡아 볼 수 있게 돕는다.
결국 『거짓말 컨시어지』가 건네는 처방은 단순하다, 세상이 요구하는 정답 대신 각자에게 가능한 방식으로 하루를 통과하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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