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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신간 출간 (드미트리 메레시콥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영과 육의 균열을 정면으로 읽다

장세환2026년 1월 24일 오후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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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jpg출판사 제공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나란히 놓는 일은 흔하지만, 끝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은 드물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나온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현대문학의 핵심 비평가로 꼽히는 드미트리 메레시콥스키가 두 거인을 통해 러시아 정신의 근본적 분열을 해부한 책이다. 이번 번역은 2부로 구성된 원전 가운데 1부 인생을 옮긴 것으로, 작가의 사유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또렷하게 보여 준다. 번역은 러시아문학 연구자 이영범이 맡았다.

메레시콥스키가 제시하는 대비는 단순한 성격 비교가 아니다. 그는 톨스토이를 윤리적 선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육의 관조자로, 도스토옙스키를 죄와 고통의 심연을 통과하는 영의 관조자로 배치한다. “톨스토이에게 죽음의 비밀은 삶의 너머”라면, 도스토옙스키에게는 “삶 자체는 죽음과 같은 비밀”이라는 문장은 이 구도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두 사람의 문학과 생애가 어디에서 서로 비껴나고, 어디에서 닿을 수 있는지 독자는 이 문장 하나로 책의 긴 호흡을 따라갈 준비를 마치게 된다.

이 책의 흥미는 두 거인의 작품을 갈라 세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메레시콥스키는 톨스토이의 선과 도스토옙스키의 악을 합쳐, 영과 육이 통합된 새로운 인간형을 찾으려 한다. 그가 말하는 신인적 인간은 고상한 구호가 아니라, 러시아가 끌어안은 모순을 넘어서는 하나의 실험이자 질문이다. 결국 이 비평은 문학론이면서 동시에 인간론이고, 시대의 신앙과 정치까지 끌어들인 사유의 지도다.

본문 곳곳에는 두 작가를 바라보는 비유가 강렬하게 박혀 있다. “톨스토이의 삶이 맑은 물”이라면 도스토옙스키의 삶은 “불과 같다”는 대비는, 독자에게 취향의 선택을 요구하기보다 두 세계의 온도 차이를 체감하게 만든다. 두 얼굴이 때때로 닮아 보인다는 대목에서는, 극단의 대립이 오히려 한 민족의 내면에서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는 암시도 읽힌다.

러시아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두 거장을 다시 읽는 렌즈가 된다. 반대로 두 사람의 작품이 멀게 느껴졌던 독자에게는, 삶의 문제를 문학이 어떻게 끌어안는지 보여 주는 안내서가 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치닫는 두 거인의 길이 결국 어디에서 한 인간의 질문으로 만나는지, 그 교차점이 마지막까지 독자를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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