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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 보존 협회』 출간 (존 스칼지, 구픽)

팬데믹 이후, ‘필수노동’의 얼굴을 괴수로 바꿔 붙이다

장세환2026년 1월 24일 오전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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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 보존 협회.jpg출판사 제공

『괴수 보존 협회』는 “세상이 멈췄을 때 누가 가장 먼저 바깥으로 밀려나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꺼내 든 SF다. 갑작스러운 팬데믹으로 일과 생활 기반이 무너진 주인공 제이미는 생계의 끝자락에서 ‘괴수 보존 협회’라는 비밀 조직에 들어가며, 현실의 불안이 괴수와 다중 세계라는 장치로 확장된다. 이 소설은 위기를 은유로 돌려 말하기보다, 사회가 흔들릴 때 개인이 얼마나 빠르게 취약해지는지, 그 취약함이 어떻게 노동과 안전의 문제로 이어지는지를 전면에 세운다.

무대는 괴수들이 살아가는 또 다른 지구로 옮겨가며 본격적으로 폭주한다. 협회가 하는 일은 괴수를 “없애는” 게 아니라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보존은 낭만적인 자연 보호가 아니라, 위험을 상시로 감수해야 하는 현장 노동으로 그려진다. 교육과 안전 수칙이 있어도 부상과 죽음이 현실인 공간, 인터넷도 없는 채로 몇 달씩 문명에서 떨어져 살아야 하는 조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논리로 떠맡는 구조가 반복된다. 괴수는 재난이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 사회의 시스템과 윤리를 시험하는 거울이 된다.

이 작품이 날카로운 지점은 여기다. 보호와 관리라는 말이 붙는 순간, 위험과 책임이 특정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방식이 너무 익숙하다는 점. 팬데믹 시기 ‘필수’라는 이름 아래 유지된 노동과 안전의 불균형을, 스칼지는 거대한 괴수 생태계와 조직의 운영 논리로 치환해 보여준다.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작품 속에서 튀어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괴수를 다루는 이야기 같지만, 실은 인간이 만든 구조와 욕망이 어떤 방식으로 타인을 소모하는지 되묻는 이야기다.

『괴수 보존 협회』는 스칼지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유머, 현장감 있는 액션으로 장르적 재미를 확보하면서도, 노동과 안전, 책임의 윤리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팬데믹을 통과한 독자라면 “그때의 공기”가 소설 첫 장부터 다시 올라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동시에 ‘보존’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쉽게 현실의 고된 일을 포장해버리는지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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