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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1970년대 동일방직 사건을 겪은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어디로 이어졌을까, 『공장의 불빛 동일방직 그 이후 다시 쓰는 이야기』는 그 질문에서 출발해 투쟁 “이후”의 시간을 정면으로 비춘다. 저자 석정남은 스무 살을 갓 넘겨 첫 책 『공장의 불빛』을 쓴 뒤, 30년이 훌쩍 흐른 지금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와 기록을 새로 짰다. 사건의 연대기만으로는 담기지 않았던 사람들의 생활, 관계, 상처와 회복을 붙잡아 “사는 이야기”로 다시 쓴 것이 이번 책이다.
책은 가난한 농가의 딸로 공장에 들어가야 했던 어린 여공의 현실에서 시작해, 노조와 산업선교를 둘러싼 갈등, 폭력과 모욕이 일상에 스며드는 순간들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단지 “운동의 역사”가 아니라, 한 사람이 생계를 지키기 위해 입을 다물고 마음을 숨기던 시간, 해고와 블랙리스트가 삶의 방향을 틀어버린 뒤에도 가족과 몸, 일상을 다시 세우려 했던 굴곡을 놓치지 않는다.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절규가 구호로 끝나지 않고, 결혼과 생계, 우울과 불면, 병과 노년의 풍경 속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 이 책의 밀도다.
목차는 ‘그 이름도 고왔던 옥이’에서 시작해 ‘나체시위’, ‘해고자의 딸들’, ‘남편이라는 사람들’, ‘타는 목마름으로’ 같은 제목들을 지나 마지막 ‘유쾌한 옥이’로 닿는다. 옥이라는 인물은 가상의 설정이지만, 그 안에 담긴 사건과 감정은 실제의 체취를 품었다. 누군가는 택시 운전사가 되고, 누군가는 장사를 하며 버티고, 누군가는 끝내 마음의 폐허를 안고 살아간다. 책은 그 삶들을 한 방향의 정답으로 묶지 않고, 각자의 생사고락을 따라가며 “어떻게 살았는가”를 묻는다. 그래서 읽는 이에게 남는 것은 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한 시대가 개인에게 남긴 주홍 글씨의 무게다.
『공장의 불빛 동일방직 그 이후 다시 쓰는 이야기』는 노동 문제를 다루면서도, 거대한 담론보다 개인의 삶을 전면에 세운다. 빛을 길어 올리던 순간만큼이나, 빛이 꺼진 뒤의 시간을 견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우리에게도 묻는다. 기억은 기록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억은 결국 살아남은 이들의 오늘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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